[제13회 일본경제포럼] "트럼프 쇼크, 한일 주도 역내협력으로 헤쳐나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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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한경 일본경제포럼 열려[ 김봉구 기자 ] “미국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면 한·중·일 3국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겁니다. 보호무역과 양자주의, 자국우선주의로 통상 환경이 큰 변화를 맞겠죠. 악재가 될 ‘트럼프 쇼크’에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역내 협력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어요.”
'미국 트럼프정권 출범과 한일경제전망'
통상·기업 문제, 주식·부동산 시장 해법 모색
한경닷컴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일경제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발뮤다가 후원한 ‘제13회 한경 일본경제포럼’이 16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렸다.‘미국 트럼프정권 출범과 한일경제전망’ 주제로 새해 첫 일본경제포럼을 개최한 한경닷컴의 최인한 대표는 “오는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국제 질서와 세계 무역 상황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중요한 변화의 전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한파에도 기업 관계자와 대학 교수·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열띤 분위기를 유지했다. 국내 정국의 불확실성에 해외 정세와 통상 변화가 맞물려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질문이 여럿 나왔다.
△트럼프노믹스로 인한 국제통상 환경 변화 △일본 장수기업 사례연구(케이스 스터디) △아베노믹스 분석 기반 주식시장 전망 △국내 부동산시장 조언까지 거시적·미시적 차원을 아우르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4시간 동안의 긴 시간에도 참석 인원 대다수가 자리를 지키며 귀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첫 강연자로 나선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무)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관세를 높이고 한·중·일 3국처럼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에 통화 평가절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일 양국의 경제구조상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미국 대선에선 ‘트럼프 현상’과 ‘샌더스 현상’이 눈에 띄었다. 정책적 차이는 있지만 ‘약화된 중산층을 회복한다’는 취지에선 비슷했다”고 전제한 뒤 “트럼프의 정책은 해외에서 밀려들어오는 싼 제품이나 인력을 밀어내는 측면이 강하다. 인프라 정비, 경기 활성화가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방향성은 무역에선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양자주의로 전환된다는 의미”라며 “전체적으로 신흥국들의 국제 유동성을 고갈시킬 우려가 있다. 국지적으로는 한중일 3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 인상, 통화 절상 압박 등 강력한 통상압박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이어 “한일 경제는 미국의 압박에 더해, 미국의 중국 압박으로 인한 이중고를 받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체결로 통상 손실을 보완하고 역내 구상무역(대금 결제시 화폐를 사용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이용)을 확대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포럼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일 양국의 정치적, 역사적 문제는 별도로 논의하되 조건 자체가 유사하고 협력 여지가 많은 경제적 측면에선 양국 협력이 요구된다”고 답했다. 또 “미국이냐, 중국이냐 식의 양자택일보다는 상황에 잘 대처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일본 장수기업 2곳에 대한 사례연구 내용을 소개한 염동호 한국매니페스토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장수기업에는 특유의 DNA가 있고 장수기업을 만드는 ‘장수 방정식’도 존재한다”며 “시대·사업·세대 변화 3개 요소로 구성되는 장수 방정식을 활용해 기업을 분석하면 어떤 기업이 왜 오래 살아남았는지 알 수 있다”고 짚었다.1400여 년 역사의 곤고구미와 130년 정도 된 다나까귀금속을 비교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염 이사장은 “이들 기업은 모두 창업자 이름(곤고·다나까)과 토목·건설업(구미), 귀금속이란 업종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며 정체성도 분명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러 지점에서의 공통분모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의 결과는 달랐다. 곤고구미는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지난 2006년 경영권이 넘어갔다. 반면 다나까귀금속은 그룹 전체 매출액 1조 엔 이상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변화에 대한 적응’에서 갈렸다는 분석이다.
염 이사장은 “곤고구미는 핵심 역량이 확실했지만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사업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했다. 반면 다나까귀금속의 경우 귀금속을 활용해 최첨단 의약품 촉매제까지 만들고 있다”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곤고구미는 최우선 이념이 ‘존속’에 있었고 실제로도 1000년 이상 이어올 만큼 핵심 역량도 갖춘 성공한 기업이었다. 분명한 것은 변하는 고객 가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런 장수기업도 끝내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아베노믹스의 득과 실’을 주제로 주식시장을 전망한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한국은 중국을 따라가기보다는 일본을 잘 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중국은 여전히 고성장 시장이어서 한국과 거리가 있는 반면 ‘잃어버린 20년’으로 대변되는 일본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한국에 확실한 선례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강 이사는 “흔히 ‘세 개의 화살’로 표현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양날의 검’으로 요약된다”며 “2015년까지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가 후한 편이었으나 이후 일본 내부에서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가 수반하는 엔화 약세가 수출엔 도움을 줬지만 내수 기업과 소비에는 부작용이 됐다는 것. 특히 2014년 4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이 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노년층에게 상당한 타격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엔저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일본 정부와 소비자에게 심각한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총평했다.
따라서 일본 증시가 단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장기 투자시 관망세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 격인 일본의 재흥전략을 비롯해 2020년 도쿄올림픽 특수, 이른바 ‘아베노림픽스’ 영향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이사는 “일본 사례에서 한국의 미래를 볼 수 있다. 매스(대중)·럭셔리(고가) 소비가 줄어든다는 전망이 그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내에서 까르푸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철수하고 자라 등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곳이 각광받는 게 대표적 사례”라고 부연했다. 이어 “일본은 고령화 사회 진입 후 소매·식품주 등이 시장 대비 주가 수익률이 높았다. 국내에서도 관련 종목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마지막 강연을 맡은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저출산에 기인한 ‘가구 분화’가 패러다임 변화를 견인했다고 평했다. 부동산 투자전략도 1~2인 가구 시대 흐름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 뒤따랐다.
이러한 현상 역시 일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주택시장에선 규모의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대세”라며 “주거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대중화되고, 집과 직장이 가까운 ‘직주(직장·주거) 근접형 도심 주택’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고령화 시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늘어나는 은퇴자에게 적합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원룸 빌딩, 고시텔 빌딩 등을 추천했다. 이 센터장은 “역세권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게 우선이고 원룸 빌딩은 월세 주거 수요가 많은 곳, 고시텔 빌딩은 땅값이 비싸고 직접 관리가 가능한 곳이 은퇴용으로 좋다”고 귀띔했다.
상가 빌딩이나 주택 역시 임대 수익과 양도 차익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실용자산으로 꼽았다. 확장성 있는 상권과 안정적 임차익 확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이 센터장은 전했다.그는 “상가는 트렌드와 문화가 있는 상권에 위치하는 게 좋고 오피스텔은 경쟁 상품이 몰린 곳을 피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직장이 가까운 직주 근접형 역세권에 가구 분화에 따른 소형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kbk9·rrang123@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