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중심 경영 성공 요건…시간·비용 들어도 최적 성과지표 개발을

CEO를 위한 경영학 측정없이 개선 없다

전통적인 '재무적 관점' 외에 내부 프로세스·'가성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해야
적절치 못한 성과지표 적용 땐 내부 동요→경영실패 부를 수도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
“측정 없이 개선 없다”는 경영 격언이 있다.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고 해도 그 좋고 나쁨이 측정이 안 되면 관리가 안 되고, 관리가 안 되면 개선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정 조직이나 개인의 성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성과가 측정이 안 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하기가 어렵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게 된다. 능력에 따라 성과를 내고, 필요에 따라 보상한다는 공산주의는 성과와 보상의 부조화가 초래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성과지표 선정 어려워조직이나 개인 성과의 좋고 나쁨을 측정하는 지표를 성과지표라고 한다. 적합한 성과지표의 개발과 관리는 성과관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적합한 성과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은 것이 문제다.

성과관리 발전의 흐름을 보면, 초기에는 기업의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 같은 재무지표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단기 재무제표, 특히 수익성 중심의 성과관리가 미국 기업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이 밝혀졌다. 지배구조의 축인 다수의 소액 주주들은 주가에 영향이 큰 단기 수익성에 관심이 있었는데, 단기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면 장기적인 체질 강화에 도움이 되지만 단기 이익에는 저해되는 중장기적 투자 활동인 연구개발 투자, 시설 투자, 교육 투자 등은 모두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세계적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을 때는 이런 관행이 별로 문제가 안 됐으나 1980년대에 그 격차가 줄어들자 이런 관행은 경쟁력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왔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기업의 성과지표를 단기뿐만 아니라 중장기, 최종 결과인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그것을 낳는 과정인 투입(사람, 원자재, 설비, 기술, 정보 등)과 업무 수행 과정 및 산출물, 주주뿐만 아니라 다른 핵심 이해관계자인 직원과 고객에 관련된 성과지표들도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균형성과지표(BSC=balanced scorecard)가 제시됐다.

BSC는 전통적인 중점사항이던 재무적 관점 외에도 고객, 내부 프로세스(과정), 학습 및 성장 관점을 포함해 네 가지 성과지표를 개발, 균형 있게 관리할 것을 주문한다. 조직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업무(프로세스)로 구성돼 있는데, 개별 업무단위에 대한 성과지표로는 QCDP(품질, 원가, 납기, 생산성)지표들이 많이 사용된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 향상의 구호로 더 좋은 품질, 더 싼 가격, 더 빠른 업무를 내세우는데, 이것은 QCD(품질, 원가, 납기)를 잘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요즘 경쟁력의 핵심으로 가격 대비 성능인 ‘가성비’가 많이 언급되는데 이것은 Q/C를 의미한다.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성과지표, 측정성보다는 적합성이 우선

효과적인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위와 같이 제시되는 여러 개의 대안적 성과지표 중 어느 지표가 가장 적절한 지표인지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은 지표의 선택 기준으로 적합성과 측정성이 제시된다. 측정성은 측정가능성, 데이터 수집의 적시성, 측정 비용 등 그 개념이 단순한 데 비해, 적합성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시 많은 세부기준이 제시된다. 여기에는 상위 목표나 전략과의 연계성, 지표의 중요성, 업무와의 인과관계 존재 및 통제가능성, 업무 전체에 대한 포괄성, 구체성, 성과 우열의 비교가능성, 명확성, 간결성, 왜곡행동 회피 등이 있다.

성과관리가 효과를 내기 위한 핵심은 측정성보다는 적합성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왜곡행동 회피 가능성은 성과지표 설계자들이나 경영자들이 매우 조심해야 하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측정하기 쉽다는 이유로 적합성이 떨어지는 양을 성과지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양 지표를 목표로 설정하면 과잉 공급으로 재고가 쌓이거나, 품질을 희생시킬 수 있다. 통제업무가 중심인 공공기관에 대해 고객만족도조사 결과를 평가지표로 활용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국 통제를 적게 해야 좋은 성적을 받게 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많은 실패, 특히 공공부문의 정부실패는 적절하지 못한 성과지표를 운영하는 데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많은 자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의 연구과제 성공률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과제의 사업화는 빈약한 결과를 보이는 국가 연구개발(R&D)도 적절한 성과지표 선정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공공부문들도 실무직급까지 성과연봉제를 확산하는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아마도 당사자들이 성과연봉제의 실행이나 확산을 반대하는 이유도 그것이 더 많은 노력을 유발한다는 부담 때문이기보다는 적절치 못한 성과지표를 가지고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자신이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왜곡된 행동을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자존감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짐작된다.

일반적으로 가장 적합성이 높은 지표는 기업의 경우 품질과 생산성, 행정 프로젝트의 경우는 결과(outcome) 지표다. 품질은 산출물의 수요자인 고객 요구사항에의 적합도나 충족도를 의미하고, 생산성은 투입 대비 산출을 의미한다. 결과는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인프라 같으면 인프라 건설 그 자체보다도 그 활용도와 활용효과를, 기술자금 같으면 개발된 신기술의 신상품 관련 특허나 논문보다는 그로 인한 산업화 정도를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질과 결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

그러나 성과관리의 비극은 원가, 투입, 일정, 산출량 같은 적합성이 떨어지는 지표들은 측정이 쉽고, 적합성이 높은 질과 결과 지표는 측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조직에서 부적합한 지표가 측정되고 관리되며, 적합한 지표는 측정이 어려워서 지표로 선정되지 못한다. 이로 인해 관리도 어려워진다. 역으로 성과관리의 성공을 위한 핵심은 측정이 어렵더라도 질과 결과 지표를 개발해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런 지표들의 개발은 좀 더 어렵거나, 측정 시간이나 비용이 좀 더 걸릴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회성 프로젝트가 많은 행정업무는 결과 지표의 개발과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측정에 시간이 더 걸린다면 프로젝트의 성과평가를 빨리 마무리하지 말고 모니터링 기간을 더 길게 가지면 된다. 장관의 임기가 짧아서 모니터링할 책임자가 없다면 시스템으로 하면 된다.

■ 리더의 평가철학이 조직문화의 방향타 역할

조직의 궁극적인 경쟁력 원천은 인재와 조직문화다.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가 천하쟁패를 결정짓는 전쟁에서 승리한 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오다에게 물었다. “적이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정보를 가져온 갑, 적장과 목숨을 걸고 싸운 을, 마지막에 거들어서 목을 벤 병의 세 공신을 어떤 순서로 논공행상을 하려고 합니까.” 오다는 “내가 그것을 너에게 가르쳐 준다면 나의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된다”고 답했다. 그의 순서는 갑, 을, 병이었다.우리 기업들의 경영자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많은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물어봤더니 가시적인 것을 선호하고, 결과 중시의 기업문화 때문에 병, 을, 갑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결국 평가 지표와 그에 따른 보상 시스템이 구성원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행동을 유도하고, 그런 행동들이 쌓이면 구성원들의 신념이 되고 가치가 되며 그 조직의 조직문화로 자리 잡는다.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