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신미국] 트럼프 취임식날 다우지수 '찔끔 상승'

금융시장 오락가락

"구체적 부양책 안 보여"
달러인덱스 0.34% 하락
지난 20일 낮 12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과 함께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순식간에 5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이 보이지 않자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이날 오전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100포인트 넘게 올랐던 다우지수도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이후 다우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며 0.48% 상승세로 마감,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쇄신 의지를 강조했지만 시장은 무엇을, 어떻게 바꾸려는지 여전히 헷갈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달러화도 오전에는 강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34% 하락한 100.84까지 밀렸다. 미 국채(10년물) 수익률도 오전에는 연 2.51%까지 상승하며 지난 3일 이후 최고치에 올랐으나 연 2.46%까지 밀리며 하락세로 마감했다. 달러 약세 속에 금값은 0.3% 상승한 온스당 1204.90달러를 기록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선거유세 수준으로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며 “보다 구체화된 정책이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 비해 국수주의적 기조가 예상보다 강했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연설 대부분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미국 우선주의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트럼프 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을 담은 국정 기조가 공개됐으나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세금 인하 등에 대한 구체적 이행계획 없이 선거공약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월가의 한 투자 분석가는 “아직은 경기부양을 위해 긍정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강한 기대가 시장을 받치고 있다”며 “하지만 기대가 의심으로 변하는 순간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