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랠리' 끝났나…투자자들 현금보유 늘려

집권하자마자 신중모드로 돌변
주식펀드서 1주일새 25억달러 이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트럼프 시대가 열렸지만 증시 투자자들은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전했다. 만약에 대비해 현금 보유를 늘리고 주식펀드에서 돈을 빼는 등 취임 전 미국 경제의 급성장을 기대하며 트럼프 랠리에 뛰어들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매달 중순 월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달 현금보유 비중은 5.1%로 전달의 4.8%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최근 10년간 평균치인 4.5%보다 크게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투자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펀드매니저들은 또 가장 우려하는 테일리스크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통상전쟁과 트럼프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각각 1, 2위로 꼽았다.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뉴욕증시가 활기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EPFR에 따르면 지난 11~18일 1주일간 북미주식펀드에서 25억달러가 빠져나가면서 2주 연속 투자금이 감소했다. 반면 북미지역 채권펀드에는 28억8000만달러가 유입됐다.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되면서 급등하던 국채금리가 연 2.5% 내외에서 안정되자 투자금이 다시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최대 수혜주로 불리며 급등하던 금융주도 하락세를 보였다. 취임식이 열린 지난 한 주간 KBW나스닥 은행지수는 2.8% 하락했다. 18일을 기준으로 직전 1주일간 글로벌 금융 섹터에서 7억4900만달러의 투자금이 회수됐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기부양책이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일으키면 주식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로저스는 “무역전쟁은 아무도 승리하지 못한다”고 강조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와 규제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