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이닉스 인수 후 6년…자신감 얻은 SK "반도체 공격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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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반도체 빅딜'▶마켓인사이트 1월23일 오후 4시30분
'선택과 집중' LG는 신사업 실탄 6200억원 확보
지분 49% 보유 재무적투자자들 자금 회수 기대
SK그룹이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업체 LG실트론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2014년 삼성-한화, 2015년 삼성-롯데를 잇는 주요 그룹 간 또 하나의 ‘빅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기업에 대한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발적·선제적 사업재편은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SK, 반도체 포트폴리오 구축
SK그룹은 2011년 채권단으로부터 하이닉스반도체 경영권을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반도체를 성장의 주축으로 육성해왔다. 최태원 회장이 2015년 8월 “2024년까지 46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수직계열화도 꾸준히 추진했다. 같은 해 11월 반도체용 가스 제조업체 OCI머티리얼즈(현 SK머리티얼즈)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주)LG가 보유하고 있는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것도 소재에서 완제품까지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LG실트론이 생산하는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원형 기판이다.LG실트론은 PC 및 스마트폰 판매 둔화에 따른 반도체 경기 하락과 웨이퍼 공급 과잉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최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힘입어 실적이 다소 나아지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6월까지 2조2000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어 LG실트론의 실적 개선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 사업 재편 가속화
이번 빅딜로 LG그룹은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며 시작한 반도체 사업을 28년 만에 완전히 털어내게 됐다. LG는 금성일렉트론의 사명을 1995년 LG반도체로 바꾸고 1996년 증시에 상장하는 등 반도체 사업을 육성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LG반도체 지분을 현대전자산업에 넘겼다. 당시 빅딜을 통해 탄생한 회사가 현재의 SK하이닉스다. LG는 1990년 동부그룹에서 넘겨받은 LG실트론의 경영권을 유지해왔지만 이마저 SK그룹에 넘겼다. 28년 전 시작한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이 SK그룹으로 완전히 넘어간 셈이다.대신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전기차 배터리 등 자동차용 부품, 에너지 저장장치(ESS),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초 동부팜한농을 인수하고 지난해 말에는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합병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FI 투자금 회수 어떻게 되나
이번 빅딜이 LG실트론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회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보고펀드와 KTB PE 컨소시엄은 2007년 동부그룹에서 이 회사 지분 약 49%를 7078억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업황 악화로 LG실트론이 2013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뒤 투자금 회수는 요원해졌다. 보고펀드는 인수금융 이자를 갚지 못해 2014년 7월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고, 보유 지분(29.4%) 처분권은 채권자인 우리은행에 넘어갔다. KTB PE도 비슷한 상황을 맞았지만 세 차례나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며 버텼다.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개선되면서 LG실트론이 이미 턴어라운드를 시작한 데다 SK의 기존 반도체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며 “FI들의 지분 매각에 좋은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창재/노경목/정소람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