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보료 개편, 궁극적으로는 보험원리로 복귀해야

정부가 직장·지역가입자가 하나의 건강보험 부과체계로 통합된 지 17년 만에 대대적인 건강보험료 개편안을 내놨다. 부동산·자동차 기준 보험료 비중을 줄여 지역가입자 77%(583만가구)의 건강보험료가 월평균 2만원 낮아진다. 반면 월급 외 소득이 연 3400만원을 넘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30%가량 오른다. 재산과 연금소득이 많지만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던 고소득 피부양자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를 위해 일정 소득 이하에는 최저보험료(월 1만3100원)를 적용키로 했다.

개편안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와 퇴직자의 부담을 줄이고 무임승차는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일단 큰 방향은 옳다고 본다. 그간 건강보험 제도는 직장가입자는 급여를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소득 부동산 자동차 등을 통해 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매기면서 불합리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직장에서 은퇴 후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소득이 없어졌는데도 보험료가 껑충 뛰는 사례도 빈발했다. 한 해 민원만 6000만 건 이상 발생했을 정도다.건강보험도 보험인 만큼 기본적으로는 시장 원리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수익자 부담’이라는 기본적인 틀 아래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이번에 최저보험료를 도입한 것도 그런 점에서 취지 자체는 좋다. 다만 이들에게는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체계와는 별도의 의료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험은 그 자체 원리에 맞게 운용돼야 지속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건강보험의 소득 재분배 기능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현 제도는 소득세처럼 보수 외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건강보험료는 누진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누진제 완화를 포함해 보험 원리에 맞는 개편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금처럼 건강보험 흑자는 매년 늘면서 건강보험 보장률은 62~63%에 그치는 현상도 개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