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더러운잠' 액자 내동댕이 … 작가들 "대학로에서 전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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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 30분께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로 열린 시국비판 풍자 '곧, 바이' 전시회장에는 중·노년 남녀 20여명이 몰려들어 문제의 그림인 '더러운 잠'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다.이들은 보수단체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회원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을 집어 던져 액자를 부수고 내동댕이쳤다.
이 가운데 한 남성 회원은 "국회가 이런 데냐"라고 항의했으며 한 여성은 "아직 탄핵된 것이 아니잖나. 누가 걸라고 한 것이냐"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이에 전시회 주최 측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그림을 내동댕이치고 부숴뜨린 시민 등을 재물손괴 혐의로 연행했다.보수단체 회원들이 떠난 뒤 전시회를 주최한 기획자와 작가들은 전시회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네는 '올랭피아' 작품을 통해 수줍고 가려진 누드가 아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누드로 그 시대 사회에 금기된 표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면서 "'더러운 잠'은 올랭피아를 재해석해 현 정권에 보내는 금기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면서 "그렇다고 박근혜-최순실 정권을 풍자한 작품이 모두 폄하되고 철거돼야 할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은 반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더러운잠'을 그린 이구영 작가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의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면서 유감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작품 전시란 것이 어느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어느공간엔 불가능하다고 볼순 없다"면서 비판했다.작가들은 국회사무처 지시에 따라 그림을 철거했으며, 대학로에서 전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