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행정명령은 '극우' 배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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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수 측근들과 공약 실행 주도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입국 규제 행정명령은 백악관의 ‘두 스티브’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64·사진)과 스티브 밀러 수석정책보좌관(32)의 공동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NSC 합류…안보정책 영향력 커져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명한 미국 입국규제 행정명령이 배넌과 밀러 등 백악관 정책담당자들이 극소수 의회 이민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기획됐다고 보도했다.배넌은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 캠프에 총괄책임자로 합류해 대선 승리를 이끌어낸 극우 보수성향 언론인이다. 밀러는 2009년부터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법무장관 지명자) 밑에서 정책을 보좌하다 2015년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는 게 있으면 두 스티브에게 물어보라”며 두 사람에게 강한 신뢰를 보여왔다.
백악관에서 ‘태크 팀’(프로 레슬링에서 2인조 팀)으로 불리는 배넌과 밀러는 국무부와 법무부, 국토안보부 등 이민 관련 부처에도 극히 제한적으로 알린 채 입국 금지 행정명령 내용을 다듬고 발표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도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야 최종안을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배넌이 입국 규제 행정명령을 주도하고 국가안보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당연직 위원으로 합류하는 등 정부 출범 후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배넌은 밀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을 작성한 것으로도 알려졌다.NYT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폭풍 같은 1주일에는 모두 배넌의 흔적이 남아 있다”며 “배넌의 NSC 입성은 국가안보 부문에 대한 영향력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