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사무실 선정부터 재정까지 최순실 씨가 직접 지시"

김성현 사무부총장 법정 증언
"최순실과 최경희 세 번 만나"
미르재단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최순실 씨의 주장을 뒤집는 진술과 정황이 법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최씨가 재단 사무실 위치 선정부터 재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전 공판 등을 통해 “미르재단 사업계획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그의 지인들이 작성했다”며 선을 그어왔다. 최씨와 차씨는 서로 상대방이 미르재단 설립·운영을 주도했다고 책임을 떠넘기며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차명폰을 사용해 연락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 사무부총장은 “차명폰으로 최씨, 차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초반에 최씨와 통화할 때는 ‘차한테 나한테 연락 좀 하라 그래’라는 전화를 자주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사무부총장은 지난해 4월 미르재단과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 에콜페랑디 간의 한식 정규과정 도입 합의각서(MOA) 체결에도 최씨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했다. 당시 이 사업은 장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무산됐다.

그는 에콜페랑디 사업과 관련해 “최씨와 함께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사무부총장은 “최씨와 최 전 총장을 2015년 12월에 두 번, 2016년 초에 한 번 만났다”고 말했다. 최씨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에콜페랑디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차 전 단장을 통해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뒤이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최씨가 SK그룹에 80억원을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박 과장은 “최씨가 ‘SK와는 얘기가 됐으니 말을 하면 돈을 줄 것’이라고 했다”며 “박영춘 SK 전무와 문자로 연락해 만날 약속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