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금리 상승세…머릿속 복잡해진 재테크족

투자 기간은 최대한 짧게

미국 금리인상·트럼프 보호주의…국내 금리 뛰고 불확실성 커져
해외로 눈 돌리는 투자자 늘어, 빚 많으면 이자부담부터 줄여야
3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P2P 대출시장 급속 성장도 눈길
시중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장 중심 경제정책 등으로 국내 금리가 연일 들썩이고 있다. 불확실한 국내외 변수에 은행들마저 몸을 사리면서 각종 대출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취약업종 구조조정도 다시 본격화하는 모습이라 재테크 환경은 말 그대로 시계 제로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요즘 같은 때 적극적으로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먼저 움직이는 소비자와 그렇지 못한 소비자 간 투자수익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재테크 전략을 금리 상승기에 맞춰 재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금리 상승기를 맞아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 기간을 되도록 짧게 잡고 국내외 금리와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지난해까지 투자자에게 효자 노릇을 하던 부동산에 대한 기대 수준은 낮추는 게 좋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데다 정부가 가계부채 규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다. 금리 상승기로 돌아섰더라도 정기예금 금리 등은 여전히 투자자의 눈높이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어서 적정한 투자 수익을 위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고, 자산 배분 차원에서 미국 달러화 자산에도 일정 부분 투자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금융권 대출이 많은 소비자는 새로운 투자보다 이자 부담부터 줄이는 ‘빚테크’가 시급하다. 미국이 올해도 두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이라 국내 금융권 대출금리는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가계 빚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격인 신규 취급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4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변동금리 기준)도 대부분 연 3%대 초중반에 진입했다. 아직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계속 오르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대출을 받는다면 3~5년 정도 단기일 경우 변동금리, 그 이상이면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재테크 시장에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계좌를 트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오는 3월 문을 연다. 영업점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새로운 여·수신 상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늘면서 개인 간(P2P) 대출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개인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부동산 대출, 미술품·귀중품 담보대출, 자영업자 창업자금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P2P 금융은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차입자와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금융 플랫폼이다.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적게 들어 차입자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 비해 낮은 금리로 빌리고, 투자자는 은행권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테크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