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공순 99플라워 대표, 한 평 꽃집서 피운 열정…200억 꽃배달 CEO '우뚝'

김정은 기자의 여풍당당 (4)

무학 설움 딛고 독학
빠른 배송·특화상품 등 차별화된 서비스 '입소문'
전국 지점 620여곳 달해

사옥 이름은 '윤공순 빌딩'
직원 휴게실엔 맥주 가득, 한잔하며 소통 '눈높이 경영'
"영세꽃집과 상생하며 성장"
윤공순 99플라워 대표가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자사의 꽃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어려운 집안 환경 탓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어린 시절,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꽃에 대해 독학하기 시작했다. 1981년 경기 평택시에서 3.3㎡(1평)도 안 되는 작은 꽃집을 열었다.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특이한 꽃을 갖다놓고 인터넷 쇼핑몰도 만들었다. 타고난 손재주와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주변에 입소문이 났다.

윤공순 대표는 2006년 ‘99플라워’를 설립하고 서울에 입성했다. 창립 10주년인 지난해엔 서울 양재동에 본인의 이름을 딴 사옥 ‘윤공순 빌딩’을 지었다.◆“회사에서 맥주 한잔하자”

윤 대표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아담한 사옥을 기획할 때 자신의 사무실을 지하에 설계했다. 사무실 옆은 휴게실이다. 휴게실 냉장고는 늘 캔맥주로 채워져 있다. 직원들은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고 대화한다. 윤 대표는 “직원들 표정이 어두우면 ‘맥주나 한잔하자’고 먼저 권한다”며 “꽃은 사람의 희로애락과 함께하는 만큼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고 눈높이를 맞추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휴가시즌엔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등 복지에 많이 투자한다. 그의 ‘눈높이 경영’ 덕분에 주말 아르바이트생들도 6년째 일할 만큼 직원들의 근속기간이 길다.

99플라워가 단기간에 국내 대표적인 꽃배달 업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차별화된 전략 때문이라고 윤 대표는 분석했다. 초기부터 각 분야 전문가를 수소문해 영입하고 사업에 가속도를 냈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상품은 기획부터 디자인, 촬영 등 모든 과정을 직접 한다. 꽃바구니에 금줄을 두르고 고추(남아용) 등을 매단 ‘출산 바구니’ 같은 특화된 기획상품들이 잇따라 히트쳤다.

99플라워에서 꽃을 구입한 이들은 대부분 이곳을 또 찾는다. 윤 대표는 “대기업 같은 큰 거래처보다 일반 회원이 훨씬 많다”며 “우리가 ‘개미군단’이라고 부르는 일반 소비자들의 재구매율과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전국에 지점 620여곳을 둬 전국 어디든 2시간 안에 배송이 가능하다. 지난해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명 99플라워는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99%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

최근 꽃배달 업계의 관심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다. 윤 대표는 “김영란법 때문에 매출이 10% 정도 줄었다”며 “법과 관계없는 일반 소비자들까지 ‘일단 조심하자’는 생각을 해서 꽃 선물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꽃은 사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내가 받는 꽃을 미리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장례식 결혼식 승진 같은 전통적인 ‘대목’이 줄어드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고 했다. 대신 3월(화이트데이)과 5월(로즈데이) 등이 ‘시즌’이 됐다. 경조사용 화환 크기가 작아지고 화분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선물이 늘었다. 윤 대표는 이런 변화를 기회로 삼고 있다.

윤 대표는 자신을 ‘백합’에 비유했다. 백합의 꽃말은 ‘변함없음’이다. 그는 “예전엔 길가의 들꽃 같았으나 이제는 화려하진 않지만 큰 꽃송이가 돋보이는 백합이 되고 싶다”며 “전국의 영세한 꽃집들과 상생하는 최고의 꽃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