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초등교사 10명 중 8~9명 여교사…남교사 늘려야 할까요?

"임용시 남교사 일정비율 할당" 주장
"전반적 여성 처우개선이 먼저" 반론
초등학교 교사의 여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김봉구 기자 ] <찬성> “이대로 가면 초등학교에 남교사가 사라질 판이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교사 임용시 남교사의 일정 비율 할당제 도입을 고민해보자.”

<반대> “무슨 소리냐. 교사 직종에 여성이 많은 건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서다. 사회 전반의 여성 처우 개선이 먼저다.”초등학교 교사의 여초 현상이 두드러졌다. 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초등학교의 여교사 비율은 86.7%에 달했다. 10명 중 8~9명꼴이다. 서울의 중학교(69.9%)와 고교(50.8%)에 비해서도 확연히 높았다.

교사가 전통적으로 여성 선호도가 높은 직종인 데다 임용시험에서도 여성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직업이 안정적이고 방학에 쉴 수 있는 점, 자녀 육아에 유리한 점 등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배우자 직업선호도 조사에서 여성의 경우 교사 직종이 1위를 휩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쏠림현상 탓에 희소성을 지닌 남교사에 대한 학부모 수요가 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 씨(39·여)는 “아이가 입학 후 여자 담임선생님만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 김모 씨(42·남)도 “아들을 둬서 그런지 남자선생님이 아이 담임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귀띔했다.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남교사 수를 늘려달라거나 남교사를 담임으로 해달라는 학부모 민원이 상당하다”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 인위적으로 특정 성별의 교사 임용이나 배치를 조절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 "임용시 남교사 일정비율 할당" 주장

교육계에서는 교사의 성별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학생들이 고른 성역할을 경험하거나 다양한 가르침을 받는 기회가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이대로 가면 일선 학교에서 남교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성별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그 일환으로 교사 임용시 성별 할당제 도입 검토를 제안했다.

자칫 여교사에 대한 ‘이중 차별’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들은 이미 입시에서 한쪽 성별 합격자 수를 모집인원의 60~80%로 제한하고 있다. 특정 성별을 정하진 않았으나 현실적으로 ‘남성 쿼터제’ 효과를 내고 있다.

“여타 공직엔 성별 할당제가 있는 걸로 안다”고 입을 뗀 김 대변인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현실이 이렇다면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성별 할당제를 해볼 만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는 “교원 지위와 처우를 개선하고, 남교사에 편중된 궂은일을 여교사와 고르게 나누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반적 여성 처우개선이 먼저" 반론

반론이 만만찮다. “교사 직종에만 국한시켜 본 잘못된 기계적 평등”이라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총체적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감안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여성학자인 허성우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는 “왜 교사 직종이 여초인지 원인을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사회 전반의 여성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다보니 그나마 여건이 나은 교사에 여성이 몰린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교단의 여초 심화는 ‘성별 직종분리 현상’의 한 단면이다. 교사 문제만 떼어내 다루는 게 맞는지부터 판단할 필요가 있다. 교사뿐 아니라 방문 판매원, 대형마트 캐셔 등 이른바 ‘여성에 적합한 직업’들을 함께 놓고 비교하면 관점과 해법이 달라진다.

“판매원이나 캐셔가 여초라고 해서 문제제기 한 적 있나? 교사는 여성이 많지만 반대로 대학 교수는 남초다. 하지만 이를 문제시하는 경우 역시 거의 없다.” 허 교수의 지적이다. “막연히 특정 성별이 많으니 문제라고만 할 게 아니라 과연 여성이 교사로서 부적합한지, 어떤 점이 얼마나 그런지 따져봐야 한다”고도 했다.

달리 볼 부분은 또 있다. 남성은 교사 외에도 괜찮은 선택지가 꽤 많다. 이에 비해 여성에게는 교사가 ‘제1옵션’에 가까운 사회적 지형도 교단의 여초 현상을 부추겼다.국어교사 출신인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교대 합격생 성적을 분석해보면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높은 편이다. 다만 최근 들어 입학 성적이 비슷해졌다”며 “남학생의 교사 선호도가 올라갔다는 신호다. 취업난이 심해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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