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지창욱표 액션…"한마디로 통쾌한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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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 '조작된 도시'서 게임 마니아 역한류스타 지창욱(29)은 드라마 ‘기황후’ ‘힐러’ ‘더 K2’ 등을 통해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수려한 용모로 아시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소년에서부터 거친 세계의 강한 남성성까지 이중적인 이미지를 겸비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첫 주연 영화 ‘조작된 도시’(사진)에서도 그는 이런 폭넓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살인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권유 역이다. 권유는 게임계에서는 뛰어난 전술로 ‘대장’으로 불리지만, 현실에서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백수다. 1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지창욱을 만났다.
살인 누명 풀기 위해 분투…자동차 추격전·드론 폭탄 등 눈길
아크로바틱 익힌 덕 봤죠
“한마디로 유쾌하고 통쾌한 영화예요. 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새로운 표현으로 신선하게 풀어냈어요. 첫 영화인 만큼 손해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배우도 있다는 점을 영화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영화는 백수인 권유를 희생양으로 택한 지배권력과 권유의 결백을 믿는 평범한 게임 마니아 간 대결을 그려낸다. 대규모 자동차 추격전과 드론 폭탄 투하, 컴퓨터 해킹 등이 화려한 영상으로 표현됐다. 감옥에서 권유는 범죄자들에게 뭇매를 맞다가 마침내 반격을 시도한다.
“연기 생활에서 이렇게 많이 맞은 적은 없었어요. 많이 맞는 연기를 해보니 일단 아프고, 나중에는 짜증이 나더군요. 화를 낼 수도 없으니까요. 예전에 때리는 역할을 할 때는 마음의 부담 때문에 맞는 게 차라리 낫다고 여겼는데, 막상 맞아보니 때리는 역할이 편하다는 걸 알게 됐죠.”
자신이 때리는 연기를 하다 상대 역을 다치게 하기도 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클라이맥스 장면을 촬영하다 오정세의 갈비뼈에 금이 가게 한 것. “당시 오정세 선배가 많이 아파하기에 잘못 쳐서 근육이 좀 놀랐나보다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스태프를 통해 알아보니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거예요. 너무 죄송했죠.”흥행 영화 ‘웰컴투동막골’ 이후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박광현 감독은 지창욱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만화 같은 이미지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 곳곳에서 만화 같은 이미지가 펼쳐진다.
“종이로 화살을 만들어 쏘고, 어둠 속에 쌀알을 던진 뒤 소리를 감지해 적을 격퇴하는 액션 장면들은 정말 만화 같죠.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의심스러워요. 마티즈 차량을 슈퍼카로 개조해 악당을 따돌리는 장면도 만화적이면서 통쾌합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이런 만화적인 요소를 어떻게 표현할까 망설였는데 감독님을 만난 뒤 확신이 서더군요.”
지창욱이 시원시원한 액션을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학창 시절 아크로바틱을 익힌 덕분이라고 했다. 극중 지창욱이 자신을 돕는 해커 역 심은경과 ‘어색한 만남’을 이어가는 것도 눈길을 끈다. 게임 마니아 여울 역을 맡은 심은경은 음성변조를 통해 타인과 대화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한 캐릭터다.“심은경 씨는 실제로 여울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우연히 거리에서 만났는데 서로 간단한 인사만 나눴어요. 저도 낯가림이 있거든요. 심씨는 연기로는 선배이지만 나이로는 동생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촬영 현장에서도 우리 둘은 서먹한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낯가리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불편해할까봐 말을 안 거는 측면도 있어요. 서로 얘기는 별로 없었지만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어요. 하하.”
군입대를 앞둔 그는 “정확한 입대 날짜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입대 전에) 한 작품 더 하려고 한다”며 “영화는 스케줄을 조율하기 힘들어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