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각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대우그룹이 망하고 싶어 망했겠나"
입력
수정
지면A29
포스코 계열 광고사 강탈 시도 정황 공개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지분을 인수한 업체 대표에게 지분 양도를 요구하며 압박한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됐다.
차은택·송성각 재판서 컴투게더 대표 통화 내용 공개
28일 최순실 재판에 기업 총수 3명 증인 출석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일 열린 차 전 단장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사진),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등의 3차 공판에서다. 이들은 중소 광고업체 컴투게더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최순실 씨 등과 공모해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고 한 혐의(강요미수) 등을 받고 있다.검찰은 이날 한 대표와 송 전 원장 간 대화가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송 전 원장은 차 전 단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은 한 대표에게 “이대로 가면 컴투게더가 큰일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에서 봤을 때는 형님(한 대표)이 양아치 짓을 했다고 돼 있다. 막말로 얘기하면 ‘묻어버려라’ ‘세무조사를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라’고까지 얘기가 나왔다”고 협박했다. 한 대표가 포레카 지분을 넘기지 않아 ‘윗선’에서 화가 났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표가 “세무조사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격하면 안 되나”라고 되묻자 송 전 원장은 “그건 안 된다. 그들은 안 되게 할 방법이 108가지가 더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회사도 회사지만 형님 자체가 위험해진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며 “김우중(전 대우그룹 회장)이 망하고 싶어서 망했겠나?”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3명이 오는 28일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 회장 등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청와대의 출연 요청에 따라 다른 기업처럼 기금을 낸 것이고 대가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도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