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차가웠던 한국 앤티크 시장에 '햇살'

'고수들의 영역' 한국 고미술 투자
시장 저평가 속 최근 낙찰가 상승
"지금 상황 바닥서 올라오는 것"
인테리어 붐과 맞물려 전망 밝아
조선시대 해주 소반과 골무를 서양 앤티크 및 퀼트 골무와 매치한 사진.
단원 김홍도 <서호 방학도>(5억원), 겸재 정선 <노송영지>(7억원), 추사 김정희 <시우란>(10억4000만원), 18세기 달항아리 <백자대호>(18억원), 18세기 청화백자 <백자청화운룡문호>(18억원). 국내 미술 경매에서 각 작가(장르)별 최고가 기록을 세운 옛 그림과 글씨, 도자들이다.

이것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박제되고 단절된 옛 전통이 아니다. 미학적, 시장적 가치를 부여받은 예술품이자 투자품인 한국 앤티크(Korea Antique)다.한국 앤티크는 여러 미술품 투자 중에서도 ‘고수들의 영역’으로 통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알려진 정보가 부족하고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생존 작가가 있는 현대미술과 달리 수백,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제작 기록이 거의 없고 범위도 넓다. 진위 여부와 물건의 가치 평가를 어렵게 한다. 역사적 상상력과 고고학적 연구 등 시공을 아우르는 안목을 동원해야 하는 세계다.

고미술 컬렉터인 김치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진입하기도 힘들지만 안목을 키우는 데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도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며 “어려운 만큼 매력도 큰 분야”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매 시장은 김환기의 작품이 잇달아 신고가를 경신하며 근현대미술 성장을 이끌었다면, 고미술 파트는 하반기 이후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옥션은 홍콩 경매를 통해 <백자대호>를 비롯해 일본 등 해외에서 환수된 한국 고미술품을 선보였다. 케이옥션은 KBS1 TV 프로그램 ‘진품명품’의 감정위원인 김영복 씨를 고문으로 위촉하고 별도의 고미술 도록을 제작하는 등 투자에 힘을 쏟았고, 고미술 부문 낙찰 총액 신기록을 썼다. 고미술 신생 옥션인 칸옥션은 작년 12월 첫 경매에서 낙찰 총액 5억1700만원, 낙찰률 87%라는 고무적인 성적을 냈다.황정수 미술 칼럼니스트는 “일부 고서화를 중심으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 정도 뛰는 작품들이 나타나고, 고미술을 평작과 수작으로 구분할 때 진위 논란이 없는 수작은 세 배 정도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가격 상승 배경에 대해 “모노크롬의 열풍을 이을 포스트 단색화 찾기에 시장 관계자들이 열을 올리고 민중 미술이 생각만큼 관심을 못 받는 상황에서 저평가된 고미술 쪽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미술 시장이 저평가됐다는 것은, 시장 가격이 오랜 기간 답보 상태라는 의미다. 10년 추세로 볼 때 도자기는 되레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김영복 케이옥션 고문은 “지금 상황은 바닥에서 소폭 상승한 정도로,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선 1~2년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도자기 시장이 회복돼야 고미술 시장이 좋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인테리어 붐과 맞물려 한국의 미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도 고미술 시장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다. 박경옥 답십리 우당 고미술 대표는 “집안 공간에 고가구 한 점을 들여놓으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어느 디자인과 매치해도 잘 섞인다는 이유에서 앤티크를 찾는 고객이 많다”며 “최근 회사 사옥을 고가구를 비롯한 한국 앤티크로 장식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머니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