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새조개·꼬막·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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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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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는 속살이 작은 새, 혹은 부리와 비슷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충남 남당항 등 서해안 일대와 남해안 전역에서 많이 난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글리코겐이 풍부하고 감칠맛을 내는 호박산과 글루타민산이 많아 웰빙식으로 인기다.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에 강장 효과까지 들어 있으니 금상첨화다.겨울 별미로 꼬막을 빼놓을 수 없다. 새조개 맛이 상큼하고 맑은 쪽이라면 꼬막 맛은 좀 더 짭조름하고 진한 편이다. 값이 비싸고 귀한 참꼬막은 껍질이 두껍고 식감이 쫄깃하다. 조금 저렴한 새꼬막은 껍질이 얇고 맛이 약간 싱겁다. 덩치 큰 피조개는 붉은 헤모글로빈 덕분에 단맛이 더 난다. 도심에서도 꼬막맛을 쉽게 볼 수 있다. 단골집 주인에게 참꼬막이나 새꼬막에 피조개를 섞어서 살짝 데쳐 달라고 하면 ‘일석삼조’다.
‘꼬막 삼총사’에 견줄 만한 조개로 대합을 꼽을 만하다. 대합은 맛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전복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옛 궁중연회에 자주 쓰였다. 껍질이 매끄럽고 윤이 나며 아래위가 맞물린 모습이 부부 화합을 상징한다 해서 일본에선 혼례상에 오른다. 신선한 대합은 회로 먹고 탕, 찌개, 전골로도 즐긴다. 살을 발라 전을 부치거나 제 껍데기에 도로 넣어서 찜, 구이를 하는데 숯불에 노릇하게 구운 대합 살의 깊은 맛은 진미 중 진미다.
남해안 대합이 ㎏당(5~7개) 1만원 안팎이라니 가격도 착하다. 한겨울 지나 2월부터 맛이 더 깊어진다. 큰 몸집에 껍데기 길이가 8㎝를 넘고 높이도 6㎝ 이상이어서 대합(大蛤)으로 불린다. 두꺼운 껍데기는 바둑돌로 활용되고, 태운 가루는 고급 도료에 들어간다. 표면 색과 무늬가 아름다워 보석, 인테리어 세공으로도 인기다. 내적 풍미와 외적 미감을 겸비한 ‘조개의 여왕’답다.새조개나 꼬막, 대합 가릴 것 없이 안주와 해장용 술국으로도 그만이다. 주당들에겐 이보다 좋은 겨울 진객이 따로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