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생산시설 갖춘 건설·기계장비업체 '유망'…두산밥캣·현대로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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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시대 '성공 투자 방정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처럼 세계 경제를 뒤흔든 지도 벌써 석 달째다. 그의 돌출 행보는 여전히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허리케인의 진로는 슬슬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취임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따를 겁니다.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입니다.”
화석에너지 규제 완화로 에쓰오일도 수혜 예상
달러화 약세 지속되면 항공·철강종목도 유망할 듯
취임 일성을 따져보면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규모 자금 투입 계획과 미국 공장 증설을 위한 기업 압박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인 고용 증대를 위해서였다. 최근에는 주요 경제국을 대상으로 통화가치 절상도 요구했다. 미국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한 것이다. 점점 구체화하는 트럼프 시대의 투자해법은 무엇일까.○미국 진출 회사에 주목
원칙론적으로 보면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 트럼프 대통령은 악재다. 미국 제품 판매를 강조하면 자연히 판매 문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들은 북미시장에 진출한 국내 건설 기계장비 업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송관종 파트너는 두산밥캣과 LS, 현대로템 등을 선호 종목으로 들었다. 그는 “미국에서 중장비 사업을 하고 있는 두산밥캣이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장벽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두산밥캣은 도로와 다리를 새로 놓는 등 각종 인프라시설을 정비하는 데 필수적인 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5년간 1조달러를 인프라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공약했다. 비슷한 이유에서 송 파트너는 “북미 통신선 점유율 1위의 자회사를 갖고 있는 LS와 철도차량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 중인 현대로템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문석 파트너도 트럼프노믹스의 수혜주로 두산밥캣을 꼽으면서 한미글로벌과 에쓰오일을 더했다. 건설공사 관리업체인 한미글로벌은 OTAK와 DAYCPM 등의 미국 자회사와 실적이 연동되는 구조여서 실적 증가에 유리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에쓰오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에너지 규제완화 수혜주로 부각됐다. 김 파트너는 “미국은 세계 최대 휘발유 소비 국가인데 에탄올 의무사용 규제와 자동차 연비 규제 등을 완화하면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에서 휘발유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는 에쓰오일에 호재”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약회사들에 약값이 너무 비싸다고 꼬집은 것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동근 파트너는 “약값이 떨어지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햇살이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국제 통화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일본 독일을 대상으로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판하면서 요동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이 경기를 부양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달러화 가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해 12월 121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이달 초 1140원대까지 떨어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 관련 행정명령 서명 등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한 행보가 부각되면서 달러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에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원가절감 여지가 생긴다. 석유 소비가 많은 항공사 등 운송업체와 전기·가스 회사에 유리한 국면이다. 밀가루 설탕 등을 많이 수입하는 일부 식품 주식도 수혜를 볼 수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광석을 많이 수입해 쓰는 철강 주식도 관심을 둘 만하다. 포스코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50원 떨어지면 주당순이익(EPS)이 7.7% 정도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약달러는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 수급상황을 호전시켜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호재이기도 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