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미술경매 열풍…연 300억 시장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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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가감정엽회, 작년 230억 집계…전년보다 31% 급증국내 한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한창은 씨(38)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미술품 경매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그림을 서핑하고 응찰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프라인과 달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응찰할 수 있는 데다 잘만 고르면 소액으로 ‘월척’을 낚을 수 있어서다. 한씨는 지난달 25일 K옥션의 온라인 경매에서 차세대 단색화가 이희돈 씨의 작품 ‘연(烟)’을 67회 경합 끝에 730만원에 낙찰받았다.
서울·K옥션, 시장 선점 경쟁 치열…아이옥션도 뛰어들어
90% 이상이 1천만원대 미만…집안 인테리어용으로 인기
점당 1000만원 미만의 중저가 미술품 소장을 원하는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수요층이 늘면서 온라인 경매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5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옥션과 K옥션, 아트데이옥션 등 여섯 개 미술품 경매회사가 연 온라인 경매를 통해 거래된 중저가 그림은 230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전년(175억원)보다 31% 늘어났다. 전체 경매시장(1720억원)의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가팔라 올해 거래 규모는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매회사들 온라인사업 확대
경매회사들은 미술품이 고가라는 인식 때문에 쉽사리 이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해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서울옥션은 2104년 ‘이비드 나우(eBid Now)’라는 이름을 내걸고 온라인경매를 해 오다 작년 10월 아예 온라인 전용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를 설립하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경매 품목도 기존의 그림 위주에서 골동품 인형 보석 시계 디자인 등으로 확대해 작년에는 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 25일 ‘블루나우-장식예술’을 주제로 한 올해 첫 온라인 경매에서는 출품작 271점 중 269점이 팔려 낙찰률 99%(낙찰총액 4억9500만원)를 기록했다. 이날 경매에서는 작가 미상 ‘이집트 여인&사자상 조명’이 무려 1681회의 응찰 경합을 벌인 끝에 4105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K옥션도 작년 초 계열회사인 ‘K옥션온라인’을 설립해 매주 경매행사를 열고 있다. 작년에는 50여차례의 온라인 행사를 통해 7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지난달 25일 마감한 온라인 경매 사랑나눔경매에서는 출품작 82점을 모두 판매, 100% 낙찰률을 기록했다.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 아이옥션도 온라인경매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경매를 벌인다. 오는 8일까지 진행하는 제1회 ‘아이 콘택(I contact)’ 경매에는 도자기 고서화 등 215점을 내놨다. 아트데이를 비롯해 A옥션, H옥션, 인사고 등 군소 경매회사도 수시로 온라인 경매행사를 열고 있다.◆작품 상태, 완성도 꼭 살펴봐야
온라인 경매가 이처럼 활기를 띠는 것은 최근 직장인과 주부들이 집안 인테리어용으로 중저가 작품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데다 화랑이나 아트페어를 방문하지 않고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점도 시장 확대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 겸 대표는 “온라인 경매는 10만~1000만원대 작품이 전체의 90%를 차지해 오프라인 경매에 비해 심리적인 거리감이 덜하다”며 “최근에는 모바일로 모든 게 가능해지면서 거리와 시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온라인 경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경매회사들의 무분별한 온라인 경매는 침체에 빠진 화랑 경기를 더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낼 경우 300개에 달하는 화랑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는 작가의 경륜, 작품의 상태와 완성도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사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