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경기 부천] "구청 없애니 주민과 가까워져…부천의 '원스톱 행정' 전국서 벤치마킹"

도시브랜드가 경쟁력이다 - '행정 혁신도시' 경기 부천 (상)

지난해부터 3개 구청 폐지 후 10개 권역 행정복지센터 개설
구청 인력 60% 동사무소 배치…민원처리 기간 대폭 단축 효과

행정혁신 다음은 경제혁신
로봇·바이오·의학 등 첨단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2000개 유치
만화단지 통해 웹툰·콘텐츠 지원
경기 부천시는 지난해 7월 원미·소사·오정구청 등 관내 3개 구청을 모두 없앴다. 대신 36개 동사무소 가운데 생활권역별로 지역 중심이 되는 10개 동사무소를 행정복지센터로 지정했다. ‘시청-구청-동사무소’의 3단계 행정조직을 ‘시청-동사무소’ 2단계로 줄인 것이다. 구청 업무를 시청과 동사무소로 나눠 중복 업무를 없앴다. 구청 인력의 60%를 일손이 부족한 동사무소에 내려보냈다. 행정복지센터는 일반 동사무소 업무와 구청에서 처리하던 인허가, 등록·신고 등 주민 밀착형 업무를 하고 있다. 공원 관리와 도로 보수 등 생활 민원도 이곳에서 처리한다.

◆“구청 없애니 3천억짜리 복지센터 생겨”
구청 폐지 덕분에 각 행정복지센터에는 6~7명의 복지전담 인력이 늘어났다. 전체 동사무소 직원 수는 기존 430명에서 737명으로 많아져 민원 서비스가 빨라졌다. 도로점용 허가, 옥외광고 설치 등 민원 처리 기간도 대폭 단축됐다.

구청을 없애기까지는 조직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공무원들로서는 구청이 있어야 인사 적체도 해소되고 옮겨 앉을 ‘자리’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만수 부천시장(사진)의 ‘시민을 위한 행정혁신’ 명분에 반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 시장은 “부천시는 자동차로 30분이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갈 정도로 크지 않은데 시청과 구청의 업무 중 35%가 중복돼 행정 낭비 요인이 많았다”며 “구청을 없애면서 현장 밀착 행정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혁신의 효과는 컸다. 더 이상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연간 구청 운영비 40억원은 출산장려금(아기 환영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 구청 건물은 시민문화복지 공간으로 쓴다. 문화복지 공간을 새로 짓는 비용을 감안하면 약 3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부천시 설명이다.

각 행정복지센터에는 ‘100세 건강실’을 설치했다. 시민들이 보건소에 가지 않고도 치매와 혈당 관리, 금연 상담 등 건강 관련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연 지 약 6개월 만에 6만여명의 시민이 다녀갈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 상담을 전담하는 직업상담사를 배치해 맞춤형 구직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김 시장은 “올해 2단계 행정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반장제도를 폐지한 부천시는 동사무소를 주민등록등·초본 등 민원서류만 발급하는 곳에 머물지 않고 주민들의 행복 증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중앙정부도 반한 ‘행정혁신 1번지’

지난달 24일 성곡동 행정복지센터에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방문해 일일동장을 맡았다. 이 자리에서 홍 장관은 부천의 행정혁신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에서 작은 지자체의 혁신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하니 ‘행정혁신 1번지’ 공무원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김 시장의 ‘작은 혁신’ 사례는 또 있다. 그는 지난해 시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조직위원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직을 정지영 영화감독 등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자리나 타이틀이 문제가 아니라 행정가와 민간 전문가 중 누가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시장 판단이었다.

부천시는 올해 기업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해 벤처기업 등 첨단기업 2000개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른바 ‘B.BIC1·2·3(Bucheon business innovation cluster)’ 마스터플랜이다. 김 시장은 “부천은 공장 부지와 기업 입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존 공장의 증설을 돕고 첨단 유망 기업의 입주 공간을 대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업혁신클러스터 세 곳을 조성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의 도시’ 부천의 장점을 살려 500억원을 들여 만화영상단지 안에 웹툰융합센터도 조성한다. 영화제작사와 애니메이션협회 등을 입주시켜 만화·웹툰 등의 콘텐츠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부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