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기업] 스마트그리드·전기차 충전소 구축…한전 '신에너지 강자'로 비상

에너지 아껴주는 스마트그리드 전국 100여개 한전 사옥에 적용
두바이 수출로 해외시장서도 주목

태양광·풍력 같은 친환경 에너지 따로 저장해뒀다 섬 지역에 공급
공공기관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전용 요금제로 인프라 확대 팔 걷어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왼쪽 네 번째)과 테리 매컬리프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다섯 번째)가 지난해 11월1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에너지신사업 분야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사진)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송전·변전·배전 등 전통적인 전력공급 사업에 안주하는 대신 스마트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변모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사업과 해외 수출계약 등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국 100개 사옥에 스마트그리드
고품질의 전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망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전력망을 지능화·고도화한 스마트그리드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한전은 2009~2011년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을 구리지사 등 전국 각지 한전 사옥에서 운영 중이다.

한전의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은 2015년 국제 스마트그리드 대회에서 세계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우수상을 받으며 기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한전은 현재 100여개의 사옥에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을 구축 완료했다. 향후 혁신도시로 이주한 공공기관 사옥에도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을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한전은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 및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화가 가능한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구현하는 지능형 전력망 구축사업이다. 2018년까지 구축을 완료한 뒤 2025년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한전은 가파도 마이크로그리드,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등 스마트그리드 실증모델 운영 실적을 분석하고 표준화해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 결과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사업모델 확대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한전의 스마트그리드를 주목하고 있다. 2015년 10월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수전력청과 300만달러 규모의 스마트그리드 구축 시범사업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한전은 중동지역 에너지신산업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한전은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 선점을 위해 쿠웨이트, 괌, 에콰도르 등지에서도 추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릉도에 에너지자립섬 조성
마이크로그리드는 섬 지역 등 전력계통과 연계되지 않은 고립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저장·공급할 수 있는 소규모의 독립형 전력망을 말한다.

한전은 섬이 많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도서지역의 전력난을 해소하고 친환경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 가파도에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 데 이어 전남 진도군 가사도에서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자립섬을 운영 중이다. 섬 규모가 큰 울릉도와 덕적도 등지로도 확대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특히 ‘울릉도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조성 시범사업’은 기존 도서지역 디젤발전을 대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한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한전은 기존 실증성과를 바탕으로 에너지자립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민간 사업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외 수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전은 2015년 8월 캐나다 파워스트림사와 130억원 규모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온타리오주에 시스템을 설치했다. 같은 해 10월엔 미국 메릴랜드주와 마이크로그리드 등 에너지신산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전력기업이 미국 주정부와 에너지신산업 관련 협약을 맺은 첫 사례다.

ESS 시스템 상업운전 시작

ESS는 직류와 교류 간 전력을 변환해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한전은 2011년 제주도 조천변전소에 4㎿급 ESS를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연계, 피크수요 이동, 주파수 조정 등 실증사업을 했다. 2015년 7월에는 서안성변전소(28㎿), 신용인변전소(24㎿)에서 국내 최초의 대용량 ESS 시스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한전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총 500㎿ 규모의 ESS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500㎿급 ESS 설치가 완료되면 기존 발전기가 담당하던 주파수 조정 예비전력을 ESS로 대체해 연간 약 3200억원의 전력구입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SS은 변동성이 높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전력계통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거나, 전력 사용이 적은 시간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피크 시간에 사용하는 등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한다. 한전은 국내에서 쌓은 ESS 구축 실적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소 3660개 구축 나서

한전은 ‘글로벌 3대 해상풍력강국 달성’을 위해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사업에서 발전사들과 함께 실증단계를 진행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송전선로 주변 지역주민과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밀양 희망빛 태양광 발전사업, 대구시 테크노폴리스 청정에너지 공급 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또 새만금 풍력사업, 제주 한림 해상풍력사업 등 신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해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에 적극 기여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을 시연하는 모습.
이미 한전은 2009년부터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제주도 실증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개발했다. 충전소 시설기준 제정, 전기차 충전 전용 전기요금제도 신설 등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 왔다.

한전은 전기차 충전 관련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5년 8월 민간 사업자와 함께 전기차 유료충전서비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2015년부터 올 연말까지 3660기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2015년 4월 나주혁신도시를 시작으로 전국의 72개 한전 사업소에 충전 인프라를 설치해 전국 단위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도 구성했다.한전은 앞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계속 늘려 전기차산업 활성화에더 기여할 계획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