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중풍(中風)…이번엔 '중국판 롯데월드'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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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계속 꼬이는 중국사업롯데가 3조원을 투자해 중국에 건설 중인 ‘롯데월드 선양’ 공사가 중단됐다. 베이징에 있는 일부 롯데슈퍼 점포를 철수한 데 이어 ‘중국판 롯데월드’(조감도)로 불리는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려는 롯데에 보복 조치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마트 매장 3곳 철수 이어
선양 테마파크 공사 중단시켜
롯데그룹은 작년 말 중국당국이 롯데월드 선양 조성 공사를 잠정 중단시키는 조치를 내렸다고 8일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당국이 작년 말 소방 점검을 벌이면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해 공사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롯데는 2008년 중국 동북 3성의 최대 도시인 선양에 연면적 145만㎡의 중국판 롯데월드를 짓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대형 쇼핑몰과 테마파크, 호텔, 주거단지 등을 한곳에 건설하는 복합 타운이다. 2014년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 롯데시네마를 먼저 지은 뒤 2018년 테마파크와 아파트를 완공할 계획이었다. 작년 말 중국당국이 초고층 건물의 고도를 문제 삼자 롯데는 층수를 100층에서 절반 수준으로 조정해 공사를 계속했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 동북부 지역인 랴오닝성 선양시의 보통 겨울철 기온이 영하 30도 가까이 내려가기 때문에 공사를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만 보기 힘든 측면이 있지만 사드가 중국 사업의 변수가 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영업 중인 롯데 점포도 영향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가 베이징에서 운영 중인 롯데슈퍼 매장 16개 가운데 3곳의 폐점을 검토하고 있다.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2013년부터 중국 사업 효율화 작업을 했지만 사드가 점포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게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롯데는 1994년 중국에 진출한 뒤 10조원이 넘는 돈을 중국에 투자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제과 등 22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을 고용해 120여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4300억원이었던 중국 롯데 매출은 2015년 3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롯데가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작년 11월 중국당국은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장에 대해 전방위적인 세무조사와 위생 점검을 벌였다. 이 때문에 성주골프장을 운영하는 롯데상사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할지에 대해 추가 검토를 하기로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