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아내인 김미경 교수, 출산 4주만에 직장 복귀" 성평등 정책 수립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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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9일 "출산과 육아를 여성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가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평등한 권리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 평등 정책 중장기 비전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가정과 직장 둘 중 하나의 선택을 여성만 강요받고 있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전 세계 어디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이런 현실과 구조들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아동폭력, 성폭력, 임금 차별, 가정에서 가사 전담 등 이 정도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불공정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서만 성 평등 정책이 실효성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성 평등을 위한 돌봄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돌봄 시간 확보 ▲ 돌봄의 공공성 강화 ▲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 개인과 가족의 돌봄역량 강화 정책 시행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다음은 안철수 전 의원 토론회 발언 전문 ]
오늘 토론회 소식을 접하면서, 지난 30년 정도 맞벌이 부부하면서 애 키우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둘 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낳았습니다만, 거의 30년 전이니까 아실 겁니다. 그 때 규정된 출산휴가 제대로 못 했습니다.
4주 만에 저희 아내는 직장에 나가야 했고, 아이 키우는 육아 관련시설이 훨씬 더 열악했기 때문에 새벽에 제가 출근하면서 아직도 자고 있는 아이 억지로 깨워 차 뒤에 태우고 처가로 보내고, 퇴근할 때 다시 데리고 오고 반복했습니다.
아이를 처가에 데리고 갔다가 오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성평등 관점에서는 처음 시작부터 너무나 당연하고 사실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할 만큼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구나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지난달에 세 아이의 엄마였던 30대 중반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과로로 사망했습니다.
정말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야근, 주말근무로 이어진 직장의 가혹한 노동환경에서 세 아이를 기르고, 가사에 대한 책임을 짊어진 결과였습니다.
또 지난 해 발생했던 강남역 살인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나 안전에 취약한 여성들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 두 사건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여성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든 국민들이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아동청소년 시기의 가정폭력과 성폭력, 노동과 임금 차별, 가정에서의 가사 전담. 이 정도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 불공정에 노출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런 성불평등은 오랜 시간 내려온 뿌리 깊은 문화와 관습이고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분야나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해소되기 힘듭니다.
교육혁명, 제가 말씀드렸습니다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서만 성평등 정책이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직장 다니는 여성의 경우, 퇴근 후에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2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것과 같은 현실, 바꿔야 합니다.
여전히 육아교육, 가사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여성이 떠안고 있는 문화, 바꿔야 합니다.
가정과 직장 둘 중에 하나의 선택을 여성만 강요받고 있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전 세계 어디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현실, 구조, 바꿔야 합니다.
성평등을 위한 돌봄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 필요합니다.
출산과 육아를 여성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가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평등한 권리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돌봄시간 확보, 성평등 일터 문화 돌봄의 공공성 강화,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그리고 개인과 가족의 돌봄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성평등 개념에 여성의 안전이 포괄적으로 포함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여성이라서 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일상적인 여성 대상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들어서 성폭력 발생건수, 가정폭력 발생건수 모두 증가하고 있습니다.
폭력과 범죄로부터 여성 및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제도개혁이 필요합니다.
우선 여성폭력 대책에 대한 예산 확대, 초중고 성평등 인권감수성 교육의 의무화, 여성폭력 1차 피해자 지원기관의 전문화,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등 많은 정책이 필요합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를 3F의 시대라고 표현했습니다.
가상을 뜻하는 픽션(Fiction), 감성을 뜻하는 필링(Feeling), 여성을 뜻하는 피메일(Female)의 3F입니다.
미래는 여성의 시대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질적인 도약과 선진사회로의 전환에 꼭 필요한 성평등 정책에 관한 의미 있는 진전 기대합니다.고맙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 평등 정책 중장기 비전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가정과 직장 둘 중 하나의 선택을 여성만 강요받고 있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전 세계 어디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이런 현실과 구조들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아동폭력, 성폭력, 임금 차별, 가정에서 가사 전담 등 이 정도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불공정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서만 성 평등 정책이 실효성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성 평등을 위한 돌봄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돌봄 시간 확보 ▲ 돌봄의 공공성 강화 ▲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 개인과 가족의 돌봄역량 강화 정책 시행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다음은 안철수 전 의원 토론회 발언 전문 ]
오늘 토론회 소식을 접하면서, 지난 30년 정도 맞벌이 부부하면서 애 키우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둘 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낳았습니다만, 거의 30년 전이니까 아실 겁니다. 그 때 규정된 출산휴가 제대로 못 했습니다.
4주 만에 저희 아내는 직장에 나가야 했고, 아이 키우는 육아 관련시설이 훨씬 더 열악했기 때문에 새벽에 제가 출근하면서 아직도 자고 있는 아이 억지로 깨워 차 뒤에 태우고 처가로 보내고, 퇴근할 때 다시 데리고 오고 반복했습니다.
아이를 처가에 데리고 갔다가 오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성평등 관점에서는 처음 시작부터 너무나 당연하고 사실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할 만큼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구나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지난달에 세 아이의 엄마였던 30대 중반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과로로 사망했습니다.
정말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야근, 주말근무로 이어진 직장의 가혹한 노동환경에서 세 아이를 기르고, 가사에 대한 책임을 짊어진 결과였습니다.
또 지난 해 발생했던 강남역 살인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나 안전에 취약한 여성들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 두 사건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여성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든 국민들이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아동청소년 시기의 가정폭력과 성폭력, 노동과 임금 차별, 가정에서의 가사 전담. 이 정도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 불공정에 노출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런 성불평등은 오랜 시간 내려온 뿌리 깊은 문화와 관습이고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분야나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해소되기 힘듭니다.
교육혁명, 제가 말씀드렸습니다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서만 성평등 정책이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직장 다니는 여성의 경우, 퇴근 후에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2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것과 같은 현실, 바꿔야 합니다.
여전히 육아교육, 가사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여성이 떠안고 있는 문화, 바꿔야 합니다.
가정과 직장 둘 중에 하나의 선택을 여성만 강요받고 있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전 세계 어디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현실, 구조, 바꿔야 합니다.
성평등을 위한 돌봄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 필요합니다.
출산과 육아를 여성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가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평등한 권리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돌봄시간 확보, 성평등 일터 문화 돌봄의 공공성 강화,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그리고 개인과 가족의 돌봄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성평등 개념에 여성의 안전이 포괄적으로 포함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여성이라서 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일상적인 여성 대상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들어서 성폭력 발생건수, 가정폭력 발생건수 모두 증가하고 있습니다.
폭력과 범죄로부터 여성 및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제도개혁이 필요합니다.
우선 여성폭력 대책에 대한 예산 확대, 초중고 성평등 인권감수성 교육의 의무화, 여성폭력 1차 피해자 지원기관의 전문화,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등 많은 정책이 필요합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를 3F의 시대라고 표현했습니다.
가상을 뜻하는 픽션(Fiction), 감성을 뜻하는 필링(Feeling), 여성을 뜻하는 피메일(Female)의 3F입니다.
미래는 여성의 시대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질적인 도약과 선진사회로의 전환에 꼭 필요한 성평등 정책에 관한 의미 있는 진전 기대합니다.고맙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