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선'까지 장착한 유튜브, 토종들의 '도전장' 통할까?

유튜브 1인 창작자 지원 확대…모바일 라이브 기능 추가
토종 동영상 플랫폼 "믿을 건 콘텐츠 뿐"
네이버TV·카카오TV, 창작자 영입 경쟁 가세
유튜브가 새롭게 선보인 모바일 실시간 생중계 기능(왼쪽)과 창작자 후원 서비스 '슈퍼챗'. / 사진=유튜브 블로그 캡쳐
[ 박희진 기자 ] 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 구글 유튜브가 1인 창작자(크리에이터) 지원에 나서면서 국내 1인 방송 업계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1인 방송 플랫폼의 원조 격인 아프리카TV는 물론 동영상 플랫폼 강화에 공을 들여온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계까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채팅창에서 1인 창작자를 금전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슈퍼챗' 서비스를 도입했다. 슈퍼챗을 이용하면 창작자에게 신용카드 결제로 회당 1000원부터 5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이른 바 유튜브판 '별풍선(현금화할 수 있는 아프리카TV의 아이템)'인 셈이다.이와 함께 유튜브는 1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1인 창작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실시간 생중계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의 생중계 방송은 개인용컴퓨터(PC) 기반이었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유튜브는 동영상 조회수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포털업계에서는 TV 다시보기나 웹드라마 등을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1인 창작자까지 지원에 나선다니 국내 업계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PC와 모바일 웹 기준 유튜브의 동영상 총 재생횟수는 4억6500만회였다. 같은 기간 네이버와 다음 내 동영상 재생횟수는 각각 8500만회, 6300만회를 기록했다. 아프리카TV는 426만회에 그쳤다.
9일 현재 인기 BJ 대도서관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48만명을 넘어섰다. / 사진=유튜브 캡쳐
◆유튜브에 둥지 튼 BJ

유튜브는 1인 창작자 끌어안기 전략을 일찌감치 펼쳤다. 지난해부터 인기 브로드캐스팅자키(BJ)들이 유튜브로 둥지를 옮기면서 시청자들도 유튜브로 대거 이동하는 분위기다.

BJ 대도서관과 윰댕, 밴쯔 등은 광고 수익 배분 문제 등을 이유로 작년에 아프리카TV에서 유튜브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개국공신이자 아프리카 여신이라고 불리는 김이브도 아프리카TV와의 결별을 선언했다.유튜브의 광고 정책은 BJ들에게 한층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동영상 앞에 붙는 광고는 조회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고 있다. 방송 내 간접광고(PPL)처럼 창작자와 광고주가 직접 계약한 건의 수익은 전부 BJ 개인에게 돌아간다. 40여개국에서 접속하는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점도 BJ 입장에선 매력적인 부분이다.

반면 아프리카TV는 BJ 개인에게 들어오는 PPL 등을 미리 신고하게 하고 수익 일부를 수수료 개념으로 떼고 있다.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 방송을 동시 송출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BJ들의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아프리카TV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1인 방송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보니 일부 BJ의 이탈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798억원, 영업이익은 16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가 27%, 110%씩 증가했다. 순이익은 100억원으로 142% 늘어났다.
BJ 김이브. / 사진=아프리카TV 캡처
◆동영상 플랫폼, '1인 창작자 모시기' 경쟁최근에는 모바일 동영상 광고가 IT 업계 핵심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그만큼 동영상 플랫폼들 간 1인 창작자를 영입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압도적 선두인 유튜브를 상대하는 토종 동영상 플랫폼들은 사실상 콘텐츠로 승부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체 콘텐츠 제작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1인 창작자를 끌어모으는 게 효과적이다.

카카오는 오는 18일 '카카오TV'를 새롭게 단장해 선보일 예정이다. 1인 창작자를 위한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영상 업로드와 유통, 수익 관리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비디오 스테이션' 기능이 대표적이다. 카카오TV에 올린 동영상은 포털사이트 다음과 메신저 카카오톡 등 다양한 채널로 유통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는 네이버TV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고 콘텐츠 질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웹드라마, 뷰티, 육아, 게임 분야 창작자들을 선별해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아프리카TV도 BJ 달래기에 나서며 플랫폼 이탈을 막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연말부터 다시보기 콘텐츠에 연동된 광고 수익의 60%를 모든 BJ들에게 배분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파트너 BJ들과만 해당 광고 수익을 나눠왔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동영상 플랫폼은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기 때문에 유튜브처럼 1인 창작자들에게 플랫폼을 완전히 열어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제약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