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여름보단 가을·겨울에 기승…사람도 감염 가능성 있지만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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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바이러스 A to Z충북 보은의 한 한우농장이 12일 다섯 번째로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구제역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흑염소, 사슴 등 발굽이 2개인 동물이 걸리는 가축 질병이다. 전염성이 강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국제 교역을 제한할 정도로 경제 사회적 피해가 크다. 구제역 바이러스(그림)는 단일 나선 RNA 바이러스로 크기가 25나노미터(1㎚=10억분의 1m)에 불과해 비교적 작은 바이러스에 속한다.
유전정보를 가진 RNA를 둘러싼 단백질이 20면체를 이룬 이 바이러스는 동물 피부나 내장기관 표면을 덮는 상피세포에 잘 달라붙고 증식하는 성질이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항원 구조에 따라 A·O·C·SAT-1·SAT-2·SAT-3·Asia-1 등 7종의 혈청형이 있고 그 아래 80종이 넘는 혈청아형이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A형과 O형 두 종류 바이러스가 동시에 출현하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혈청형과 혈청아형에서 변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구제역 백신을 만들기 어렵다.무엇보다 혈청형 간에 교차 면역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번처럼 A형과 O형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각각에 맞는 백신이나 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2가 백신이 필요하다. 방역당국은 국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구제역이 혈청형 O형 바이러스라는 이유로 A형은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8일 경기 연천 구제역이 A형으로 판명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기온이 높은 여름보다는 가을과 겨울에 기승을 부린다. 소와 돼지 장에선 3일가량 살지만 오줌에선 39일까지 산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2007년 구제역에 걸린 가축에서 얻은 자연케이싱(소시지용 껍질)에서 최대 250일까지 살아남은 사례를 보고하기도 했다.
소는 주로 호흡기로, 돼지는 구강을 통해 감염된다. 영국 동물질병연구소는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6㎞ 떨어진 농가에 있는 1000마리 가축을 상대로 바람에 따른 전파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 분석한 결과 돼지 감염 위험은 없지만, 소의 감염 위험은 크다는 결과를 내놨다. 농장에서 키우는 닭이나 오리, 거위를 비롯해 야생조류인 갈매기와 참새는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 사람 코와 목에서 36시간까지 살아남는다. 사람이 매개가 돼서 공기를 통해 소에게 전파할 수 있다. 사람이 구제역에 걸릴 수도 있다.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연구진이 2011년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1921년부터 196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0명이 감염됐다. 1834년에는 채식주의자 3명이 구제역에 걸린 소에서 짠 원유를 마신 뒤 구제역에 걸린 사례도 보고됐다. 살균된 우유를 마시고 감염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구제역에 걸리면 감염된 동물처럼 손과 발, 입과 혀 등에 물집이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낫는다. OIE에 따르면 구제역 청정국은 67개국에 이른다. 주로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하고 있지만 살처분이 여전히 최선의 확산 방지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