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18억대 김환기 추상화 경매

K옥션 22일 고가 미술품 179점 출품
K옥션이 오는 22일 경매에 추정가 10억~18억원으로 출품한 김환기의 추상화 ‘19-V-69 #57’.
김환기의 10억원대 그림, 고려 때 만든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 단원 김홍도의 산수화, 석봉 한호의 글씨, 박서보와 정상화의 단색화 등 고가 미술품 179점이 미술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경매장에서 여는 올해 첫 메이저 경매를 통해서다. 출품작의 추정가 총액은 85억원으로, 작년 12월 메이저 경매(166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경기 침체로 미술품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비교적 싸게 베팅할 기회다. 2015년부터 계속돼 온 ‘김환기와 단색화 열풍’이 올해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10억~18억원에 나온 김환기의 1969년작 추상화 ‘19-V-69 #57’이다. 점과 선, 면이 모두 한 화면에 이뤄진 동양적 서정추상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번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수평과 수직선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4등분된 담백한 공간을 통해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것이 흥미롭다. 1997년 삼성문화재단에서 펴낸 도록 《한국의 미술가, 김환기》와 2015년 갤러리 현대의 전시도록 《김환기(KIM WHANKI)》 에 실려 있다.정상화, 박서보, 이우환 등 단색화 작품들도 시대별로 골고루 출품됐다. 197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의 현대사를 작품으로 풀어낸 황용엽, 안창홍, 신학철, 임옥상 작품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새 주인을 찾는다.

미술사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재급 고미술품도 대거 나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 ‘유가사지론 권 66’(사진)은 추정가 9000만~2억원에 나와 있다. ‘유가사지론’은 유가(瑜伽), 즉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의 경지를 논하는 논서라는 뜻이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 15·17·32·53은 각각 국보로, 재조본 유가사지론 권 20·42·55·64는 각각 보물로 지정돼 있다”며 “이번에 출품된 ‘권 66’은 고려시대의 각필(角筆·대나무, 뿔 등을 뾰족하게 깎아 만든 필기구)로 구결이 기입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금강산과 관동팔경 지역을 담은 김홍도의 ‘해산첩’ 원형을 재현한 ‘금강사군첩’(1억2000만~3억원)과 추사 김정희의 ‘사공도시집’(5000만~1억원)도 나와 있다. 해외 미술품으로는 영국 작가 마크 퀸의 브론즈 조각(1억6000만~2억원)이 눈길을 끈다. 출품작들은 오는 22일까지 K옥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K옥션은 스마트폰으로 경매 미술품을 서핑하고 전화, 서면으로 응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02)3479-88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