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수산물 소비 1위 국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수산물 소비 1위라면 일본이나 노르웨이부터 떠올린다. ‘해산물 천국’이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한국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2013~2015년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58.4kg으로 세계 최고다. 노르웨이(53.3kg), 일본(50.2kg), 중국(39.5kg)보다 훨씬 많다. 미국과 유럽(20kg대)에 비하면 세 배에 가깝다.

2011년까지만 해도 일본인의 수산물 소비량이 최고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젊은 층의 수요도 줄고 있다. 대신 한국인의 소비량은 늘고 있다. 생활수준 개선과 건강식품 선호 덕분이다. 양식업 활성화와 수산물 판매처 다양화도 한몫했다. 미역이나 김 등 해조류를 좋아하는 입맛까지 작용했다.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수산물은 오징어다. 1인당 연간 5.4kg을 소비한다. 갑오징어, 살오징어, 꼴뚜기, 한치는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 식단이다. 가공식품도 다양해서 학교·군 부대 급식이나 극장 간식으로 인기다. 새우(4.5kg)와 멸치(4.2kg)도 다른 나라보다 많이 먹는다. 사철 즐길 수 있는 굴과 명태, 고등어, 다랑어, 넙치(광어), 갈치, 낙지가 10위 안에 든다.

하지만 생산량이 소비를 따르지 못해 무역수지는 적자다. 2014년 기준 수산물 수출은 16억7453만달러(약 1조9207억원), 수입은 42억7115만달러(약 4조8990억원)로 3조원 정도 밑졌다. 수출은 세계 25위인데 수입은 10위다. 세계 3대 수출국은 중국, 노르웨이, 베트남이고 수입국은 미국, 일본, 중국이다. 베트남이 의외인 것 같지만 대형마트의 새우 대부분이 베트남산이다.

그러고 보니 국내 마트에서 파는 수산물의 절반이 외국산이다. 이마트 한 업체가 거래하는 수입국만 60곳이 넘는다. 이젠 세네갈 갈치에 모리타니 문어, 아르헨티나 홍어가 낯설지 않다. 세계가 한국인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봉사하는 형국이랄까. 5대양의 온갖 진미를 앉아서 다 즐길 수 있게 됐으니 이 또한 복 받은 나라다.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 오메가3 등 영양 성분까지 풍부한 게 수산물이다. 최근엔 우리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동해안 명태가 다시 밥상에 오를 모양이다. 참치 완전양식도 가능해졌다. 몇 년 뒤면 상품화할 수 있다고 한다.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는 ‘식탁의 세계화’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