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없는 삼성, ‘비상경영체제’ 전환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10시30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영장심사는 오후 6시까지 7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기소)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영수특별검사팀(특검)은 17일 오전 5시35분께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지난달 19일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결국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함께 청구된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마음을 졸이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던 삼성 관계자들은 처음 맞는 총수 구속으로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삼성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유고 사태로 경영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삼성은 2008년에도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은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이 당시 조준웅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전략기획실도 해체됐다. 삼성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할 때까지 전문경영인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 가야 했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이번 이 부회장의 유고 사태로 인해 삼성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경영을 꾸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8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 사례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천문학적인 손실이 따르는 갤럭시노트7의 단종 결정 등은 이 부회장이 빠진 삼성 수뇌부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공식화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6개월 이내에 로드맵을 그린다는 계획이었으나 총수 부재로 오는 5월 전에 윤곽이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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