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빛나는 환희 같은 선물…홍상수 감독 존경·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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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회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김민희…한국 배우 첫 쾌거“오늘 영화제에서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습니다. 이 영화가 누군가의 가슴에는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유명 감독·여배우 스캔들 다룬 '밤의 해변에서 혼자'서 열연
홍 감독과 불륜 연상케 해 논란
지난 18일(현지시간)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여우주연상(은곰상) 트로피를 든 김민희(35)의 모습은 당당했다. 수상 소감을 말할 때 눈가에 눈물이 살짝 비치고 울먹이기도 했지만 환하게 웃으며 영화를 만든 홍 감독에게 거리낌 없이 사랑을 전했다.김민희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줬다. 홍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유부남 감독과의 불륜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배우 영희역을 열연해 ‘베를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한국 배우가 ‘세계 3대 국제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1987년 베니스의 강수연(임권택 감독의 ‘씨받이’), 2007년 칸의 전도연(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이어 세 번째다.
김민희는 폐막식 후 열린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님의 작업은 다른 영화 작업들과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일 아침에 대본을 써 주면 저는 굉장히 집중해서 준비하게 된다”며 “계산적인 연기, 준비된 연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연기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 감독과 김민희의 실제 불륜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 극중 영희는 독일 함부르크와 강릉에서 지인들을 만나 사랑과 삶에 관해 질문하고 번민한다. 영희와 유부남 감독과의 관계에 대한 세상의 비난에 강하게 반박하는 인물들의 대사도 나온다.
김민희는 “이번 배역을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가짜나 환상이 아니고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었다”며 “이번 수상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만 이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만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홍 감독 역할에 대해 “너무 좋은 글을 아침마다 주셨다. 배우로서 좋은 일이고 신나는 일”이라며 “재미있는 유머가 많아서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서툴러도 제 식으로 절대 하지 않고 써 주신 그 맛을 살리려고 애썼다”며 “감독님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민희는 2015년 9월 개봉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홍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지난해 6월 한 매체가 두 사람의 불륜설을 보도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 사람은 이후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지난 16일 베를린영화제 공식 석상에 나란히 등장해 친밀한 스킨십을 보여줬다. 이날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김민희는 홍 감독의 옅은 검정색 양복 재킷을 입고 나타났고, 두 사람은 회견 내내 서로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줬다. 홍 감독은 아내 조모씨에게 몇 차례 협의 이혼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하자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다음달 국내 관객과 만난다.한편 이번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도살장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교감을 다룬 헝가리 출신 일리코 엔예디 감독의 ‘온 바디 앤드 소울(On Body and Soul)’에 돌아갔다.
■ 배우 김민희는 누구?
2002년 '학교 2'로 데뷔…작년 '아가씨'로 칸 무대김민희의 연기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다. 10대에 잡지와 CF 모델로 이름을 알린 김민희는 1999년 드라마 ‘학교 2’로 데뷔했다. 2002년 드라마 ‘순수의 시대’에서 첫 주연을 맡았지만 ‘발연기’ 논란에 시달렸다.
배우보다는 ‘패셔니스타’ 이미지가 더 강했던 그는 스스로 연기에 욕심을 부리면서 20대 후반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호평을 얻었고 2012년 ‘화차’에서 가짜 인생을 사는 인물을 열연해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영화 ‘아가씨’의 주인공으로 칸 국제영화제 무대를 밟으며 연기 정점을 맞는 듯했다. 예상치 못한 ‘불륜 스캔들’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이번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2002년 '학교 2'로 데뷔...작년 '아가씨'로 칸 무대
김민희의 연기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다. 10대에 잡지와 CF 모델로 이름을 알린 김민희는 1999년 드라마 ‘학교 2’로 데뷔했다. 2002년 드라마 ‘순수의 시대’에서 첫 주연을 맡았지만 ‘발연기’ 논란에 시달렸다.
배우보다는 ‘패셔니스타’ 이미지가 더 강했던 그는 스스로 연기에 욕심을 부리면서 20대 후반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호평을 얻었고 2012년 ‘화차’에서 가짜 인생을 사는 인물을 열연해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지난해 영화 ‘아가씨’의 주인공으로 칸 국제영화제 무대를 밟으며 연기 정점을 맞는 듯했다. 예상치 못한 ‘불륜 스캔들’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이번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