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품연극 두 편, 스크린서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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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버배치 주연 '프랑켄슈타인'·쿡슨 연출 '제인 에어'연극과 영화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관객의 역할이다. 영화 관객은 연극 관객보다 수동적인 입장에 놓인다. 감독이 자신의 의도대로 촬영하고 편집한 카메라의 시선과 틀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연극은 다르다. 자신이 앉은 위치에서 보이는 한 가지 프레임으로 무대를 바라봐야 한다. 배우들의 대사와 움직임, 장면 전환 등을 부지런히 좇아야 한다. 대신 시선은 자유롭다. 어디를 보든지 관객 마음이다. 훨씬 능동적이고 열린 해석이 가능하지만 극을 따라가기에는 불편하다. 무대 주인공 표정도 잘 안 보이고 대사도 잘 안 들리기 일쑤다. 외국어 공연은 무대 보랴, 자막 보랴 눈이 피곤해진다.
26일까지 국립극장서 상영
연극을 영상화했다면 어떨까. 오는 26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번갈아 상영하는 NT라이브 ‘프랑켄슈타인’과 ‘제인 에어’는 영국 국립극장이 제작한 명품 연극 무대를 영화처럼 편안하고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다. 극장 무대에 설치된 가로 15m, 세로 8.4m의 대형 스크린에 NT라이브 제작진이 연극 무대를 다양한 촬영기법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고화질 블루레이 파일을 상영한다.무대 곳곳에 숨어 있는 카메라는 인물의 연기가 중요한 장면에선 배우의 클로즈업된 얼굴을, 연출적 미학을 보여줘야 할 땐 전체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관객 몰입도를 높인다. 무대 위에서 조망하는 카메라 워크 등 일반 연극에선 볼 수 없는 시선으로 무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2014년 초연한 ‘제인 에어’는 샬럿 브론테의 동명 소설을 여성 연출가 샐리 쿡슨이 아름답고 섬세한 연출로 무대화했다. 제인이 저택에 도착한 첫날 사각 프레임으로 표현한 창틀을 밀어젖히자 치마가 풍성해지고, 커튼과 침대보가 바람에 날리기 시작한다. 자유를 꿈꾸며 이곳에 온 에어의 마음을 드러낸다. 인물의 심리 상태를 이처럼 색깔과 소리, 바람 등을 활용해 생생하게 표출한 쿡슨의 연출을 영상은 생생하게 포착한다.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한 ‘프랑켄슈타인’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리 밀러가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피조물 역할을 번갈아 맡는다. 19세기 산업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기기관차와 우듬지에서 날아가는 새를 통해 생명력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 어떤 무대보다 환상적이다.영상은 관객들이 현장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인터미션 시간에도 현지 공연장 객석의 모습을 담은 화면을 계속 보여준다.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며 완성해나가는 ‘현장 예술’의 생동감과 긴장감은 부족하지만, 연출 효과와 배우 연기에 초점을 맞춰 극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는 영상의 매력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전석 1만5000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