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심장' 모터 역수출…초정밀 기술 통했다

김낙훈의 기업 탐방

반도체 공정, 나노미터까지 제어 "1만m 상공서 모내기하는 수준"
히타치연구소서 13년간 근무, 수십건 특허로 국산화 주도
사명도 '코리아 이즈 베리 굿'
김홍중 코베리 사장이 경기 군포공장에서 초정밀 리니어모터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기 군포시에 있는 코베리(사장 김홍중·51)에는 히타치 THK 스미토모 등 일본 업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코베리의 주력 제품인 초정밀 리니어모터(linear motor)를 자사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리니어모터는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는 모터다. 일반 모터는 회전운동을 하지만 리니어모터는 직선운동을 한다.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주는 부품이 필요 없어 정밀제품과 검사장비 제작 등에 많이 쓰인다. 이 회사의 리니어모터는 카메라모듈장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장비, 스마트폰 생산 및 검사장비, 초정밀공작기계 등에 사용된다.

◆“초정밀제어에 필수 모터”

리니어모터의 동작 원리는 자기장 내 전류가 흐르는 도선(導線)이 받는 힘의 방향을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인 ‘플레밍의 왼손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영구자석과의 흡인·반발력에 의해 추진력이 발생한다. 김홍중 사장은 21일 “코베리 리니어모터의 특징은 영구자석을 바닥면과 수평으로 배치한 기존 제품과는 달리 수직으로 배치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흡인력(철심과 영구자석이 서로 당기는 힘)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정밀제어를 쉽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니어모터를 레고블록처럼 연결하면 이송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고 유지보수가 간편하다. 이 회사는 수십 건의 관련 발명특허를 출원했다.

김 사장은 “우리 제품에 정밀한 위치검출용 센서와 리니어 서보 드라이버(servo driver) 등으로 시스템을 구성하면 나노미터급까지 제어할 수 있다”며 “비유하자면 1만m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김포평야에 정밀하게 모내기하는 수준의 정밀도”라고 설명했다.◆일본서 억대 연봉 뿌리치고 귀국

김 사장은 일본 히타치연구소 연구원 출신이다. 부산기계공고와 조선대를 거쳐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도쿄도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히타치연구소에서 13년간 근무했다. 히타치에서 주임연구원으로 퇴직할 때까지 약 200건의 특허 출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열성과 기술력을 알아본 히타치 임원들이 수차례 귀화를 권유했을 정도였다. 히타치에서 쌓은 인맥은 지금도 일본 곳곳에서 김 사장을 다방면으로 돕고 있다.

그가 억대 연봉의 히타치연구소를 그만두고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단 한 가지 이유 ‘고국에 기여하는 기업’을 세우고 싶어서였다. 사명도 ‘코리아 이즈 베리 굿(Korea is very good)’을 줄인 ‘코베리(Kovery)’로 정했다. 김 사장은 “기반기술이 강해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기반기술 향상에 코베리가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2010년 서울 문래동 공장 한쪽을 빌려 사업을 시작한 그는 지금 군포의 월세 공장에서 직원 4명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매출은 작년엔 3억원 수준이었고 올해는 15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도 서서히 주문이 늘고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