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범 추적 vs 연쇄살인마…한·미 스릴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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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루시드 드림'·미국 '23아이덴티티' 22일 개봉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만든 한국과 미국의 스릴러 영화 ‘루시드 드림’과 ‘23아이덴티티’가 22일 나란히 개봉해 흥행 경쟁에 나선다. 신예 김준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루시드 드림’은 스스로 꿈을 꾸고 있음을 아는 자각몽 현상을 활용해 꿈속으로 들어가 유괴범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공포영화 ‘식스센스’로 유명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23아이덴티티’는 23개의 인격을 지닌 연쇄살인마의 실화를 모티프로 해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개봉해 3주 연속 흥행 선두를 달렸다.
루시드 드림
기억을 꿈의 형태로 불러내 유괴범 찾아내는 이야기
23아이덴티티
다중인격의 연쇄살인마 매커보이 표정 연기 압권
◆꿈과 현실 오가는 퍼즐 맞추기‘루시드 드림’은 대기업 비리를 고발하는 기자 대호(고수 분)가 아들과 유괴범을 찾아나서는 영화다. 대호는 놀이동산에 갔다가 아이를 유괴당하고, 자신은 다리에 마취 바늘을 맞고 쓰러진다. 3년 뒤 대호는 인터넷에서 루시드 드림이라는 외국의 신경정신계 치료법을 알게 되고 의사(강혜정 분)와 형사(설경구 분)의 도움으로 유괴범을 찾아나선다. 기계와 약물로 자신의 기억을 꿈의 형태로 불러내 3년 전 유괴 현장으로 떠난다. 루시드 드림 안에서는 의지대로 움직이고, 제약 없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코피를 쏟으며 뇌 손상을 불러오는 부작용도 있다. 이런 장치는 극의 흥미와 긴장감을 강화했다.
대호는 꿈과 현실을 오가며 사건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간다. 꿈을 해킹할 수 있는 디스맨(박유천 분)의 등장은 흥미롭다. 대호가 꿈속에서 범인과 처절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할리우드 영화 ‘인셉션’처럼 고층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반전이 일어난다. 현실성은 다소 떨어지긴 해도 국내 스릴러 장르의 영역을 확장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며 “대호가 루시드 드림을 하는 이유는 아들이 살아 있다는 간절한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다중인격 범죄의 절정
‘23아이덴티티’의 원제는 ‘Split(분열)’이다. 23개의 인격을 지닌 케빈(제임스 매커보이 분)은 정신과 의사인 플레처 박사(베티 버클리 분)에게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치료를 받는다. 어느 날 케빈은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던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3명의 소녀를 납치한다. 소녀들이 달아나려고 할수록 여러 인격이 폭주한다. ‘엑스맨’에서 돌연변이들의 심리를 조종하는 리더 역으로 호평받은 제임스 매커보이의 천변만화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배리, 혀짤배기 아홉 살 소년 헤드윅, 감정의 기복이 적은 데니스, 신비로운 면모를 지닌 패트리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제이드, 짐승 같은 비스트 등으로 거듭 변화한다. 그러나 정작 케빈은 자신의 본명을 가장 싫어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받은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케빈이라고 불리는 순간, 공포로 온몸이 굳어진다.샤말란 감독은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플롯을 짰다. 이런 환자들이 때로는 평범한 사람보다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다는 사실도 환기시킨다. 배리가 뛰어난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