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에 대한 중첩 감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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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높아지고 있는 경제환경‘가물에 돌 친다’는 속담이 있다. 가뭄 때 강바닥 돌을 미리 치워 큰물에 대비한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사전에 준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가뭄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힘을 모아 더 큰 위험인 홍수를 대비하려는 옛 어른들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금융이 교란되면 충격파 더 커져
감시기능 강화해 위기 예방해야"
곽범국 < 예금보험공사 사장 >
지금 우리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소비·건설투자 둔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해운·조선업 등의 부진으로 실물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 저성장 흐름 속에서 가계부채 문제,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리스크 요인이 즐비하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증가한 금융 환경에서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감독 유관기구들은 선제적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 기관은 ‘금융안정’ ‘건전성 감시’ ‘보험사고 예방’ 등 각기 고유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시어머니가 여럿이라 업무부담이 가중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그렇다면 왜 금융에 대해 이처럼 여러 감시기구를 둬 중첩적인 감시를 하는 것일까. 먼저, 금융은 경제의 혈맥으로 한번 시스템이 교란되면 거래기업 도산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국민 고통을 발생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금융 특성에 따라 ‘금융안전망’이라는 개념으로 여러 기관이 상호 보완하고 협력하는 ‘의도된 중복’ 감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금융에 대한 중첩 감시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글로벌 컨센서스가 확립돼 있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기관의 규제유예 유인에 따른 감독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안정감시협의회(FSOC)라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규제기관의 협조체계를 강화한 사례나 예금보험기구의 부실 조기 인식, 금융안전망기구 간 공조 강화가 국제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흐름이 이를 말해준다.
또 금융안전망기구들은 각기 금융회사 리스크를 바라보는 고유한 시각·관점에 따른 차별화된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감독기구의 건전성 감시는 모든 금융회사에 적용할 동일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현재의 경영상태를 종합적·통일적으로 평가하고 부실위험을 감시하는 ‘정기 검진’과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안전망기구들의 같은 리스크라도 ‘다르게 접근하고 처리하는’ 상호보완적인 리스크 감시는 견제와 균형 원리에 입각해 금융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밑거름이 된다.예금보험공사는 다른 금융안전망기구들과 공조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라는 고유의 책무를 수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금융회사 부실 조기경보체계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 미래의 금융회사 부실위험에 대한 평가지표 발굴 등을 통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차등보험료율제를 지속 개선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리스크 중첩 감시에 따른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안전망기구 간 정보공유를 활성화하고 점검방식도 다변화할 방침이다.
“질병은 병세가 없어도 대비토록 함이 으뜸이고, 병세가 미미한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그 다음”이라 했다. “누가 최고의 명의인가”라는 질문에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명의였던 편작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손을 쓰는 큰형이 최고의 명의이며, 아직 병이 깊지 않은 단계에서 치료하는 작은형이 중환자를 수술로 살려내는 자신보다 더 훌륭한 명의라며 한 말이다. 같은 리스크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금융안전망기구들의 감시기능이 조화를 이루고 선제적 대응을 위해 힘을 모을 때 어떤 위기도 조기에 극복하고 나아가 예방하는 첩경이 되리라 기대한다.
곽범국 < 예금보험공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