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닛산 18년 개혁 이끈 카를로스 곤에게서 배울 점

카를로스 곤 일본 닛산자동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다는 소식이다. 그가 닛산에 들어온 지 18년 만이다. 곤은 일본에서 성공한 대표적 외국인 기업가다. 파산 직전에 몰렸던 닛산을 되살려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키웠다. 르노-닛산은 연 자동차 판매 1000만대를 넘보면서 세계 5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곤은 1999년 르노가 인수한 닛산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발령받아 1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바꿨다. 이후 닛산 재건을 이끌어 2001년 닛산자동차 CEO에 올랐다. 일본인으로선 엄두도 내지 못할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단행한 공로였다. 그는 닛산 전체 인력의 30% 이상을 불과 2년 사이에 감축했으며 공장 7개 중 3개의 문을 닫았다. 200개가 넘는 자회사도 모두 매각했다. 철저한 연공주의와 수직적 문화, 폐쇄성 등 일본식 기업 문화에 매몰돼 있던 환경도 과감하게 걷어냈다. 핵심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부서 간 장벽을 거침없이 파괴했다. 일본식 경영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반발도 있었지만 그의 경영은 철저한 능력주의 및 성과주의 중심이었다. 일본 사회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혁신을 결단할 수 있었던 게 그의 역량이었다. 그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한국에선 아직 성공한 외국인 CEO를 찾기 힘들다. 이들이 발붙일 수 있을 정도로 기업 환경이 개방적이지 못하다. 정계와 관계에 두루 인맥을 쌓아놓지 않으면 CEO 반열에 오르는 것부터가 어렵다. 기업을 속박하는 법적·인적 굴레에 겹겹이 둘러싸인 나라가 한국이다. 반기업 정서는 세계적이다. 곤이 한국에 있었더라면 청문회나 검찰에 불려다니느라 제대로 경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영계에는 축구에서와 같은 히딩크가 안 나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