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경 머니로드쇼] 연금저축 적립금 차이 최대 1300만원…"방치땐 원금 못 건질 수도"

(3) 연금, 아는 만큼 보인다

10년 적립률 상품간 '천차만별'…원금 보전 못하는 경우 다반사
기대 수익률은 연평균 4.4%…실제로는 3.3%에 그쳐
10년 동안 매달 40만원씩 연금저축에 넣었을 때 수익성이 가장 좋은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의 적립금 차이가 1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저축은 신탁 보험 펀드 등 어떤 형태의 상품이든 세금 혜택은 비슷하다. 수익성 지표인 적립률(납입금 대비 적립금 비율)을 꼼꼼히 따지고 관리해야 안전한 노후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전체 연금저축(신탁 보험 펀드 포함) 중에서 과거 10년 적립률 계산이 가능한 239개 상품을 분석한 결과 최저 99%부터 최고 130%까지 적립률 차이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률 130%는 원금이 100이라면 적립된 원리금의 합이 130이라는 뜻이다. 적립률이 99%라면 지금까지의 적립액이 원금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연금저축 10년치 수익률 챙겨야

연금저축은 장기저축상품이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5년 이상 가입해야 하는 데다 연금 지급 시점도 만 55세 이후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연금저축을 파는 금융회사들도 연금으로 들어온 돈은 장기로 운용한다. 재테크 전문가들도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성을 따지려면 적어도 10년치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연금저축 가입자들이 세제 혜택에만 관심이 있을 뿐 수익성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이전제도가 있는데도 원금도 보전하지 못 하는 상품을 내버려둬 손해를 보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10년 적립률 조사에선 삼성생명의 ‘골드연금보험 확정이율형 일괄 50’이 127.9%를 기록, 수익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7090’의 적립률도 123.5%를 기록했다.

반면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인Best연금증권투자신탁’은 적립률 99.4%로 적립액이 원금에 못 미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은 101.2%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원금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저축의 상품별 적립률은 금융소비자보호포털 파인(www.fss.or.kr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두룩한 ‘연금저축 문맹’장수 리스크가 커지면서 연금저축 가입과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개인연금 가입률은 여전히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가입자조차 앞으로 받을 연금소득을 지나치게 부풀려 기대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연금저축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연금 수령액 기대치는 평균 월 89만원이었지만 이들이 실제 받을 돈은 48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31만원을 적립하면서 돌려받을 돈은 과도하게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입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월평균 41만원가량을 더 부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저축상품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실제보다 높았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연금저축보험을 기준으로 가입자들은 연평균 4.38%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했지만 실제 수익률은 연 3.30% 수준이었다. 이 또한 2012년 기준으로 이후 기준금리가 떨어진 만큼 수익률도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은 매월 일정 금액을 붓는다는 조건으로, 적립률은 언제 얼마를 넣었는지를 따지지 않고 원금 총액만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노후자금 70%는 ‘3층 연금’으로

연금저축상품 유형에 따라 수령기간도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은 종신형 상품까지 같이 판매하므로 수령기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은 수령기간이 25년으로 제한된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과 자산운용사·증권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펀드는 5년과 10년 등 일정 기간만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급여 및 소득 수준에 따라 납부액과 수령액이 정해지지만 연금저축과 같은 개인연금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가입금액을 선택할 수 있다. 연금소득의 최종 목표치는 사실상 개인연금 가입금액에 따라 좌우된다. 전문가들은 노후 소득 목표는 생애 평균 소득의 70%가량으로 잡아야 하며, 이 중 70%를 연금으로 채우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한 달에 300만원을 버는 30세 직장인이 노후 소득 중 70%를 3층 연금(국민·퇴직·개인연금)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개인연금에 월 61만원을 넣어야 한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연구 결과다. 김태우 한화생명은퇴연구소 부소장은 “연금소득 목표를 정하기 전에 본인이 가입한 연금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89만원 vs 48만원미래에셋은퇴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월평균 31만원을 적립하는 연금저축 가입자가 노후에 매달 받기를 기대하는 연금액은 89만원이지만 실제 받을 수 있는 돈은 48만원에 불과하다. 차액 41만원을 메우려면 매달 최소 25만원을 더 적립해야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