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풀무원, 가업승계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바통 터치' 수순 밟는 남승우 사장

기업 리모델링 (18) 풀무원

이효율 사장, 각자대표로 선임
남 사장, 연말 은퇴 예고
보유지분 10% 재단 기부키로
장남 남성윤 씨, 계열사 대주주로
▶마켓인사이트 3월8일 오후 3시11분

식품 전문기업 풀무원은 지난달 28일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을 풀무원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기존 남승우 총괄사장(사진) 단독대표에서 남승우·이효율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1984년 창립 이후 이 회사 대표 체제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너인 남 사장이 지난해 밝힌 대로 가업승계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너 지분은 어디로?

이 신임 대표는 풀무원그룹 2인자로 꼽힌다. 풀무원식품 및 푸드머스 대표를 겸임하고 있고, 2014년부터 풀무원의 새 먹거리인 해외 식품사업을 총괄할 정도로 남 사장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이런 이유로 업계는 이 대표가 올해 말 남 사장에게 지휘봉을 넘겨받아 내년 초부터 단독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사장이 회사를 2세에게 물려주는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만 65세가 되는 2017년 말 은퇴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 매출 2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대표가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받아 해외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남 사장은 풀무원 지분 57.33%(218만3578주)를 가진 최대주주다. 보유 주식 평가액은 8일 종가(12만8000원) 기준 2794억원에 달한다.이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업계 관심사다. 전체의 10%는 지난해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된 풀무원재단에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 관계자는 “성실공익법인에 특정 회사의 10%가 넘는 지분을 기부금으로 내려면 그 금액의 50%를 증여세(현금)로 납부해야 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10%만 기부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50% 증여세를 내는 기부금 기준이 올라가면 기부 지분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2세는 홀로서기?

풀무원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면 남 사장의 장남인 남성윤 풀무원USA 마케팅팀장은 계열사 올가홀푸드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는 풀무원 지분은 갖고 있지 않지만 유기농 식품을 유통하는 계열사 올가홀푸드의 최대주주다.남 팀장의 올가홀푸드 지분율(2015년 기준)은 94.95%다. 2013년 19.03%로 2대주주였지만, 2014년 풀무원아이씨가 보유한 지분 75.92%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풀무원아이씨는 남 사장 부부가 100%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다. 풀무원을 물려주는 대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가홀푸드가 향후 풀무원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적자 기업인 데다 풀무원과 지분 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올가홀푸드는 2015년 매출 1024억원, 영업손실 19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