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독대 때 청탁" vs 삼성 "공소장 자체가 무효"

법정 속기록 - 막오른 '삼성 재판'…첫날부터 치열한 법리공방

특검 "미르 등에 준 433억원, 부정청탁 위한 대가성 뇌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사건 무관한 내용까지 기재"
박영수 특검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첫 법정 대면부터 날카롭게 맞섰다. 특검은 “삼성 측의 뇌물공여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했고, 변호인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아 향후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박 특검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한 ‘삼성 뇌물’ 관련 공판에서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 혐의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
◆이 부회장 측, “공소사실 모두 부인”특검에서는 이날 양재식 특검보를 포함해 검사 6명이 나왔다. 이 부회장 측에선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송우철, 문강배 변호사 등 4명이 나섰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5명은 모두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 측이 먼저 공소사실 요지를 읽어 내려갔다. 양 특검보는 “피고인들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 구조 개편 등을 위한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말했다. 삼성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가 맺은 컨설팅 계약 금액 213억원, 삼성이 최씨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 지원한 16억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등을 더해 총 433억원의 뇌물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줬다는 취지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 등이 이를 위해 회삿돈을 빼돌렸다며 횡령 혐의를 더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공소사실 모두를 부인한다”고 강하게 맞섰다. 앞으로 진행될 본격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겠다는 취지다. 이 부회장 측은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해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반박하려 했지만 특검 측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면서 무산됐다.◆공소장 무효 여부 등 쟁점 ‘산더미’

양측은 이날 공소사실뿐 아니라 검사의 자격, 공소장 문제, 재판 진행 방식 등 모든 사안에서 부딪쳤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공소장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어긋나 법리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 서류나 증거물은 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된 원칙이다. 변호인 측은 “특검은 공소장 각주에 이 부회장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I 신주인수권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등과 함께 수사받은 사실을 기재했다”며 “마치 일찍부터 이 부회장과 삼성이 조직적, 불법적으로 경영권 승계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재판부가 예단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독대 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직접 인용한 공소장 작성 방식도 문제 삼았다. 당사자 둘만 알고 있는 내용인데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따옴표를 사용해 적시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검에 파견 간 검사가 공소유지를 할 자격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양측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