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지 마라" 으름장 놓는 EU…분열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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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25일 EU 60주년 정상회의
단결 강조한 '로마선언' 예정
네덜란드·프랑스 등 잇단 선거
'탈EU 주장' 극우세력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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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초대받은 나라들도 저마다 내부 단속이 쉽지 않은 처지다. 유럽 각국에서는 지난해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난민 사태 등을 계기로 극단적인 포퓰리즘과 탈(脫) EU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오는 15일 치러지는 네덜란드 총선, 4~5월에 걸쳐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세력이 얼마나 표를 얻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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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내부적으로는 자성의 목소리도 크게 일고 있다. 보다 포용적인 성장을 추구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EU 집행위 경제금융부 소속 마르코 부티 사무국장과 칼 피철만 선임자문관은 지난달 말 ‘유럽의 통합과 포퓰리즘’이라는 글을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R) 포털사이트(voxeu.org)에 게재했다.
이들은 20여년 전에 벌써 “세계화가 사회적 통합이나 정치적 자유(자율)와 함께 가기 힘들다”고 내다본 전 EU 집행위 소속 학자 랠프 대런도프의 발언을 소개하며 노동계급과 저숙련자는 세계화를 ‘기회’가 아니라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전했다.이어 EU가 포퓰리스트가 공격하기 쉬운 타깃이 되고 있다며 EU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세계화와 조응하는 ‘유럽 사회모델의 핵심 가치’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 결정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EU와 회원국 간 예산 문제의 원칙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티 국장 등은 “이런 조치가 포퓰리스트들을 조용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역풍을 조금 가라앉힐 수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U는 제1, 2차 세계대전 후 ‘총알과 폭탄을 주고받는 대신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기로 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경제적 교역관계로 한 번 묶이면 다시 전쟁하는 유럽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여러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 목적만큼은 확실히 달성됐다.
그런 점에서 EU가 순식간에 해체되고, EU가 없었던 시절로 모든 것이 돌아가리라는 전망도 지나치게 순진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속도가 서로 다른(two-speed) EU’ 구상을 갖고 있다. EU 내 국가 경제발전 양상 등이 서로 다른 만큼, 통합의 층위를 달리하자는 것이다. 추진될 가능성이 높지만, EU가 가진 내부 모순(정치적 통합 없는 경제 통합)을 완전히 해결하진 못할 것이다. EU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