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운명'…박근혜·노무현 탄핵 차이점은

헌정 사상 두 번의 탄핵심판은 극명하게 다른 결과로 끝났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헌재에서 기각됐으나, 박 전 대통령은 파면당했다. 두 탄핵건은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외에는 시작부터 크게 달랐다.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 선거법 위반 발언이 발단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개명 후 최서원)의 국정농단 의혹이 문제가 됐다.

탄핵심판의 대상은 13년 전과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 대표였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이었다. 변호사 자격을 지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을 이끌었다.13년이 지난 지금 문 전 대표는 탄핵을 주장했다.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이었다.

심판 과정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3개, 박 전 대통령은 13개였다.
한경DB
탄핵사유의 성격도 차이점을 보였다. 두 건 모두 탄핵사유 중 일부 사유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인정된 점에 있어서는 같았다.하지만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냐가 관건이었다.

중대한 법 위반 여부는 법치국가와 민주국가 원리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에 대한 적극적 위반행위와 같이 '헌법수호의 관점', 뇌물 수수 및 부정부패 등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의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변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전자 측면이, 박 전 대통령은 후자 측면이 강조됐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헌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하면서도 파면할 만큼의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지적했다.

2004년에는 총 7차례의 재판이 열렸다. 증인은 4명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준비절차를 포함해 총 20차례 심리가 진행됐다. 법정에 나온 증인만도 25명에 달했다.

13년 전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날로부터 두 달여인 63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3개월여인 92일이 걸리게 된다.

최종변론 후 선고일까지 걸린 기간도 다르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2004년 4월 30일 변론이 종결돼 정확히 2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지난달 27일 최종변론 후 11일 만에 선고를 해 3일 짧았다.

선고날짜가 확정된 것도 13년 전에는 선고일 3일 전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불과 이틀 전이었다.

헌재를 구성하고 있는 재판관의 숫자도 다르다. 원래 재판관은 9명으로 2004년에는 결원이 없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박한철 헌재소장이 지난 1월 31일 퇴임하면서 8명의 재판관으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의 입장도 극명하게 갈렸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빨리 선고를 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오히려 국회 측이 변론을 더 해야 한다고 해서 최종변론이 한 번 더 열리기도 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은 충분한 변론을 해야 한다며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도 변론 재개 신청을 내기까지 했다.

탄핵심판 시간대도 각각 오전 10시와 11시로 달랐다.두 탄핵심판의 같은 점이 있다면 선고일이 통상적인 목요일이 아닌 금요일이라는 점이다. 두 대통령 모두 헌재에 나오지는 않았다는 점은 일치한다.

이처럼 시작과 과정이 달랐던 두 번의 탄핵심판은 다른 결론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