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칼럼] 우리 자신에게 돌려서 생각하자

공산주의 중국의 터무니없는 사드 보복
그들이 얕보도록 한 우리 자신이 부른 재앙
아프더라도 굴복 말고 꿋꿋하게 맞서야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중국이 노골적 보복에 나섰다. 사드는 미사일을 막는 지역방어 무기이므로 중국의 안보를 해친다는 주장은 ‘트집을 위한 트집’이다. 우리가 트집을 잡힌 것은 우리가 중국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모든 강대국이 약소국에 대해 트집을 잡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트집은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설명된다. 공산주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이념이다. 그래서 객관적 도덕이 없다.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면, 모든 행위들이 도덕적이다. 지금 우리는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잊었다. 그런 망각에서 갖가지 어리석은 판단들이 나온다.공산주의 강대국이라고 약소국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꿋꿋이 맞서는 베트남을 존중한다. 중국이 얕보도록 우리가 행동했다는 사실이 오늘의 화를 불렀다. 우리의 실책은 국교 수립 때부터 나왔다. 중국과 수교하면서, 우리는 유난히 매몰차게 우방인 대만과 단교했다. 국민당 정권으로부터 받은 큰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다. 그래서 대만으로부터 원망을 샀고 중국으로부터는 신의 없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뒤로 우리는 그런 평가를 강화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사드와 직접 관련을 지닌 일은 남중국해 판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어리석은 행태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신의 영해로 만들려 하자 필리핀이 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판결이 나기 전, 미국은 ‘당사국들이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을 한국에 요청했다. 국제법에 따른 국제 중재를 따르라는 얘기야 당연한 논평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불복할 뜻을 내비친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미국 요청을 거절했다.

중국이 판결에 불복하자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든 외교적 노력들이 실패해서 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한 것인데 다시 ‘외교 노력’을 권한 것이다. 즉 판결을 무시한 쪽을 두둔한 것이다. 국제기구가 내린 판결을 존중하라는 미국과 그것을 무시할 힘이 있으니 무시하겠다는 중국 사이에서 중국 편을 든 것이다. 이런 부도덕하고 어리석은 태도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신뢰를 잃었고 중국의 경멸을 얻었다. 한국은 동맹국과의 신의도 가볍게 버리는 나라라는 확신을 얻은 중국은 사드 문제로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리적으로 남중국해와 사드 부지인 롯데 골프장은 멀지만 정치적으로는 바로 연결된 것이다.중국이 사드를 거론했을 때 한국은 단호하게 밝혔어야 했다. 첫째,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을 북한군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미국의 조치다. 둘째,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당연히 그 결정을 지지하고 돕는다. 셋째, 모든 논의들은 북한군의 위협이라는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 넷째,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의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 다섯째, 방어 무기인 사드는 중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국의 예상대로 한국은 우물쭈물하면서 항변 한마디 하지 못했다.

물론 더 직접적 요인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사정이다. 특히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사드 반대에 앞장선 것이 결정적이었다.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자 시진핑 주석까지 나섰다. 이제 중국은 시 주석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거칠게 보복할 것이다. 중국의 핍박으로 휘청거리는 롯데에 한국인 한 무리가 몰려가 폭력으로 항의한 터에, 우리 정부가 무슨 논거로 중국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할 수 있겠는가. 자신에게 돌려서 생각하라(反求)는 성현 말씀이 아프게 닿는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우리는 중국 보복이 아무리 아프더라도 견뎌내야 한다. 여기서 굴복하면 위안스카이(袁世凱) 지배를 받던 굴욕의 19세기 말엽으로 돌아간다. 우리 결의가 굳을수록 중국의 보복은 줄어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꿋꿋이 맞설 인물을 새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다.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