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대행, 벽시계 세 번 본 까닭

"대통령 파면" 주문 읽는 시각
분 단위까지 결정문에 명시
법률적 논란·분쟁 차단 의도

13일 퇴임…헌재 7인 체제
‘선고일시 : 2017.3.10. 11:2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은 여느 헌법사건 결정문과 달랐다. 선고일시가 분 단위까지 적혀 있다. 헌재의 선고일시에는 연도와 날짜(월·일)만 쓰는 게 관례였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도 선고일시에 ‘5월14일’이라고만 기록돼 있다.‘11시21분’은 지난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사진)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최종 결론)을 읽은 시점이다. 이 권한대행은 이후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 의견을 추가로 읽은 뒤 오전 11시22분 선고를 마쳤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선고 종료 시간이 아니라 주문을 읽은 시점에 대통령 파면 선고의 효력이 생긴다는 점을 결정문을 통해 명확하게 밝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혹시 모를 법률적 논란이나 분쟁의 여지를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법원이 기업에 파산선고를 할 때도 법률적 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파산 시점을 분 단위까지 적시한다.

이 권한대행은 선고 당일 시간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세 차례나 자신의 오른쪽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지금부터는 최순실에 대한 국정 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에 관해 살펴보겠다”고 말하면서 처음 시계를 봤다.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조목조목 밝히는 본론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주문을 읽기 전인 11시20분께 다시 한번 시계를 쳐다봤다. 이 권한대행은 11시22분에 “이것으로 선고를 마칩니다”라며 선고 종료를 선언한 뒤에도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이 권한대행은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3일 퇴임한다. 퇴임식에선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면 헌재는 당분간 ‘7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