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 1년] "쓸만한 인재 없네"…국내 기업들 'AI 인재난'

"100명 필요한데 4명밖에 못 뽑아" 통신3사, AI 전담조직 신설 잇따라
외부 수혈 힘들어 일단 내부 충원 "AI인재 육성 중장기 로드맵 필요"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가 지난 2일 자사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앉아 첫 도로 주행을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국내 대기업과 인터넷·포털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분야 기술개발과 시장 선점에 나서면서 ‘AI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AI 인재풀이 한정돼 있어 기업들은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가 크게 늘면서 양질의 연구 인력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100명이 필요한데 4명 정도밖에 채용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부 인력 중심으로 AI 조직 운영대기업 가운데 AI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통신3사다. AI 음성인식 비서 등 AI 관련 제품과 서비스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모든 주력 사업에 AI를 접목하는 AI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술개발의 구심점 역할은 종합기술원이 맡고 있다. 작년 10월 태스크포스 성격의 AI 전담조직 T브레인을 구성하고, 수장에 삼성전자 전문연구원 출신 사내 최연소 임원인 김지원 상무(33)를 임명했다.

KT는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융합기술원 산하 서비스연구소에 AI 관련 전략 수립과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AI테크센터’를 신설했다. 이전까지 각 부서에 산재된 채 진행해 왔던 AI 관련 업무와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AI테크센터장은 KT에서 AI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진한 상무가 맡았다. AI테크센터는 우선 사내모집을 통해 이전까지 KT 내부에서 AI 분야를 담당했던 인력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조직 규모는 100명 안팎이다.

LG유플러스도 작년 말 조직 개편에서 AI 서비스사업부를 신설했다. 국내외에 선보인 AI 서비스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올 하반기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 인력 확보는 물론 매년 열리는 ‘LG테크노컨퍼런스’ 등을 활용해 해외 AI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각 통신사가 AI 전담조직을 신설했지만 외부 인력 충원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1년에 배출되는 AI 관련 석박사가 20~30명밖에 안 되니 일단 내부 인력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알음알음 인맥을 활용해 국내외 전문가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이탈이 더 걱정”

인터넷 기업들도 AI 전담조직을 꾸리고 AI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국내 대표 포털 기업 네이버, 카카오는 각각 ‘네이버랩스’ ‘카카오브레인’ 등 별도 연구조직을 두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AI 플랫폼 ‘클로바’를 공개하고, 자율주행차 첫 시험운행에 성공하는 등 AI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네이버 관계자는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와 각 프로젝트 리더들의 최우선 과제가 AI 인재 확보”라며 “송 CTO는 AI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국내외 대학, 연구소를 다니면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 인재확보 목록을 만들어 직접 리크루팅을 챙긴다”고 말했다. 네이버랩스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AI기술·머신러닝, 자율주행 기술 개발자 등을 수시 채용하고 있다.

카카오도 2월 AI 플랫폼 개발을 위해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다. 김범수 의장이 대표를 맡아 AI 연구개발을 이끈다. 국내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AI센터에도 50여명의 연구원이 소속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기업들은 신규 AI 인재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사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별도의 보너스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민관 공동으로 AI 인재 육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정호 / 추가영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