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27년 금융 친구' 1등 신협으로 우뚝 서다

신협 경영평가 대상 받은 부산 장우신협

초기엔 자금 부족 시달렸지만 찾아가는 서비스로 성장 발판
순익 19.7억…127% 늘어
이사장·전무도 시각 장애인 "고객 신뢰가 경영성과 비결"
장우신협 직원이 부산 명장동 부산맹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적금 납입을 돕고 있다. 장우신협 제공
부산 동구 초량상로에 있는 장우신용협동조합은 지점 두 곳에 임직원 수 17명인 작은 조합이다. 상호인 ‘장우(障友)’가 가리키듯 ‘장애인의 친구’가 되기 위해 1990년 만들어진 이 조합은 전체 조합원의 절반가량이 장애인과 그 가족으로 구성돼 있다. 최고경영진인 윤병용 이사장과 김명석 전무도 시각장애인이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조합 정도로 여겨지던 이곳에 최근 경사가 생겼다. 지난해 신용협동중앙회 종합경영평가에서 전국 1위인 대상을 차지한 것. 장우신협은 지난해 자산 1508억원에 당기순이익 19억7539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6%, 127% 증가한 수치다. 10년 전인 2006년과 비교하면 자산은 4배, 순익은 8배가량 불어났다.윤 이사장은 “지난달 조합원에게 출자금의 3.5%를 배당금으로 지급할 만큼 좋은 실적을 냈다”며 “장애인 조합으로서 전국 1등 신협으로 인정받은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애인 조합원만으로 시작

장우신협은 1990년 4월 당시 한국맹인복지연합회 부산지부장이던 정화원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의원과 역시 한국맹인복지연합회에서 근무하던 김명석 전무가 주도해 설립했다. 두 사람을 포함해 설립 조합원 220명 모두가 장애인이었다. 출자금은 3억원이었다.초기 경영은 순탄치 않았다. 자금이 부족해 김 전무와 직원 두 명이 모든 일을 했다. 조합원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와 출자금을 맡겼다. 맡긴 출자금은 시각장애인인 김 전무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매일같이 은행에 예치했다.

장우신협은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대출’을 하는 데 주력했다. 장애인 중에는 상환 능력이 충분한데도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장우신협은 이 같은 장애인의 사정을 고려해 대출에 나섰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같은 전략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세탁소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한 지체장애인 부부부터 소득증명이 어려운 시각장애인 안마사까지 장우신협의 고객이 됐다.

◆지난해 순익 두 배 이상 늘어장우신협의 본격적인 성장에는 2013년부터 부산 지역에 불어닥친 부동산 개발 붐도 한몫했다. 장우신협과 거래하면 분양 아파트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시행사들이 중도금대출을 받아갔다. 장우신협은 전체 대출의 40%까지 중도금대출 비중을 끌어올리면서 수익성을 개선시켰다. 다른 신협의 중도금대출 비중은 20~30% 정도다.

장우신협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300만원 안팎의 소액대출로 장우신협과의 인연을 시작한 장애인 고객들은 기한 안에 상환을 완료하고 차츰 대출금액을 늘려갔다. 장우신협의 자산도 함께 불어났다. 상환이 어려워져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할 처지에 놓이더라도 장우신협 대출금을 먼저 갚겠다고 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덕분에 장우신협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0.7%에 그쳤다. 전국 신협 평균 연체율 1.86%의 절반 이하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사회적 기여도를 고려해 장우신협을 1등 신협으로 선정했다”며 “장애인 중심이면서도 월등히 좋은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