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멘티가 멘토가 될 때까지

강정애 < 숙명여대 총장 kangjap@sm.ac.kr >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에 출정하면서 아들을 친구인 멘토에게 부탁한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10여년 동안 멘토는 왕자의 친구이자 스승, 때로는 상담자가 돼 아버지처럼 그를 돌봤다. 이후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부모님, 선생님은 물론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은 무언가를 가르쳐준다. 단순한 지식을 주는 사람도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반면교사가 돼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중요한 선택의 순간, 삶의 방향을 이끌어주는 멘토를 만나기도 한다. 인생의 여정을 지켜보는 멘토의 존재는 삶을 풍부하게 한다. 멘토는 멘티와 인생 여정을 함께하며 신뢰와 지지 속에서 삶의 보람과 이타적 행복을 느낀다.멘토는 사회적 영향력과 경제력이 아니라 앞선 세대의 경험과 지혜로 멘티를 성장시키는 사람이다. 창문은 한 방향으로만 통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언제나 상호적이다. 멘티가 성장하는 만큼, 멘토도 성장한다. 멘토는 젊은 세대와 고민을 나누며 기쁨을 누리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게 유지한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장을 통해 자신도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멘토다.

숙명여대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이렇게 시작됐다. 학생들에게는 학문적 지식을 전하는 스승도 필요하지만, 인생의 시행착오를 줄여가도록 조언해주는 멘토도 필요하다. 한번 인연을 맺은 멘토들은 멘티의 사회적 진출과 직업적 성공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준다. 대학 울타리 안에서 발견하지 못한 잠재된 재능을 멘토를 통해 발견하는 학생도 있다. 이렇게 시작된 멘토링이 한국장학재단 멘토링을 거쳐,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만큼 확산된 것은 대학과 젊은이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며 커리어 및 삶의 경험을 공유해준 고마운 멘토들 덕분이다.

우리는 수많은 멘토를 만나게 될 것이다. 멘티는 멘토가 되고, 멘토는 다시 멘티를 만나 지혜를 나눈다. 그것은 세대와 세대, 선배와 후배 간에 애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증표다. 우리 사회가 더 많은 멘토를 만날 수 있다면 나를 비롯한 모두의 인생이 한결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강정애 < 숙명여대 총장 kangjap@s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