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예산 뒤흔들어 버린 트럼프 정부의 새 예산안

미국 전체 예산안의 30%에 달하는 미 행정부의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재량 예산안이 어제 공개됐다. 재량지출 예산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할당할 수 있는 예산이다. 국방(10%)과 국토안보(6.8%) 예산은 늘렸지만 비(非)국방 예산은 크게 삭감했다. 환경이나 외교 문화예술 예산은 대대적인 삭감이었다. 재량지출 규모도 전년 대비 2.5% 줄였다. 재정 확장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의외의 예산안으로 비친다. 트럼프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의 방점이 분명히 읽힌다. 연방정부 관료조직의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뒤따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환경보호청(EPA) 예산을 크게 줄였다. 31%의 대폭 삭감이다. 지구온난화 관련 사업 50개 이상을 폐지하고 3200명의 관련 공무원을 감원할 예정이다. 스콧 프루이트 EPA 장관부터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고 있다. EPA는 자동차 연비 규제도 크게 완화할 계획이다. 국무부도 예산을 29%나 감축했다. 기후변화 해외협력 예산을 줄이고 국제 원조사업도 정리한다. 공공주택 지원에서 14%를 삭감하고 상무부 예산도 18% 줄였다. 전임 오바마 정부와는 딴판이다. 유엔이나 세계은행 분담금도 삭감할 계획이고 문화예술 예산이나 연구개발 예산도 대폭 감축한다. 무엇보다 각종 규제나 지원 정책에 찌든 공무원들도 정리하겠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예산구조의 혁신이요 파격이라고 할 만하다. 지금 한국은 정치권이 만들어낸 온갖 포퓰리즘 공약으로 정부 예산이 찌들고 있다. 각종 지원금이나 정부 보조금이 난무한다. 국가 연구개발자금은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를 속여 환경 분야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자금을 따내는 브로커가 난무한다. 포퓰리즘이 가져온 예산 생태계의 부패 사슬이다. 물론 정치권은 그 생태계의 주범이다. 지금 대선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분명히 가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