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지는 '정치권 입김'…커지는 '산업 구조조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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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중국기업에 매각국내 기업 구조조정 및 산업 재편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서 지역구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대선주자들까지 기업 구조조정 논란에 본격 가세하면서다. 금호타이어 매각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등 ‘산업 이슈’는 ‘정치 이슈’가 돼버렸다. 차기 정부를 이끌 대선주자들이 구체적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권의 ‘감 놔라 배 놔라’식 간섭으로 시장이나 기업의 합리적 의사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구조조정이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문재인 "해외매각 국익 고려를"
안희정 "제2 쌍용차 사태 우려"
일감없는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문재인 "최소 물량 배정해 가동"
안철수 "섣부른 폐쇄는 잘못"
대우조선 등 조선업 구조조정
문재인 "불황만 넘기면 효자될 것"
안희정 "한계기업은 조정 필요"
대선주자들, 금호타이어 매각 제동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19일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갖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이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핵심 기술을 빼돌린 뒤 다시 판 ‘먹튀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도 논평을 내 “벌써 제2의 쌍용차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재입찰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금호타이어 매각은 불공정 매각”이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압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실제 금호타이어 매각으로 기술 유출 우려가 큰 만큼 중국 업체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반면 정치권이 채권단의 ‘딜’에 개입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채권단은 지난 13일 우선인수협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더블스타가 계약한 9549억8100만원과 같은 금액으로 인수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넘어간다.
일감 없는 조선산업도 진퇴양난
‘수주절벽’으로 일감이 떨어진 조선업체들도 구조조정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하반기부터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지역에서는 사실상 폐쇄 수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조선소 가동을 유지해야 한다”며 논란에 가세했다. 문 전 대표는 “군산조선소에 최소 수주 물량을 배정해 가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섣부른 조선소 폐쇄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현대중공업은 진퇴양난이다. 조선업 불황으로 구조조정 고삐를 더 조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까지 조선소 가동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려면 적어도 20척 이상의 수주잔량이 있어야 하는 데 울산 도크도 일감이 모자라 가동을 줄이고 있는 판에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전반의 구조조정 문제도 정치 이슈화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창원에서 열린 ‘조선산업 살리기 정책수립을 위한 대화’에 참석해 “조선산업을 살려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불황만 넘기면 조선산업이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KBS가 주최한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선 “일자리 문제는 거의 국가재난 수준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대우조선을 포함해 현재 영업이익으로 운영이 안 되는 많은 산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그래야 새순이 올라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정부는 정치권 동의를 얻으면 오는 23일 대우조선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장창민/안대규/정지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