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중퇴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13조 '잭팟'

경영탐구 - 넷마블 방준혁의 '성공신화'

영원한 '흙수저'는 없다

넷마블게임즈 5월 상장…단숨에 주식 부호 6위로

이해진·김범수 위에 방준혁…IT 최고 부자로 떠오른 '모바일게임 황제'

가난 벗어나려 창업, 두번 실패에도 좌절 안해
회사 숙식 '일 중독자'…신트렌드 '남다른 촉'
테트리스로 시작해 세븐나이츠·리니지2 대박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인 넷마블게임즈가 최대 13조원의 ‘상장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이 회사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49·얼굴)의 보유 주식 가치는 3조원을 넘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6위 주식 부호로 올라선다. 고교를 중퇴한 이른바 ‘흙수저’의 화려한 성공신화다.

넷마블은 2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계획을 확정했다. 희망 공모가는 주당 12만1000~15만7000원이며, 1695만3612주를 공모(전체 상장 주식 수 8473만주)한다. 공모 규모는 2조514억~2조6617억원으로 공모가가 희망가 최상단에서 확정되면 삼성생명(4조8881억원)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10조2523억~13조3026억원으로 국내 상장 게임업체 중 1위, 유가증권시장 20위권에 든다. 넷마블은 오는 4월11~20일 기관투자가의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25~26일 청약을 받아 5월 상장될 예정이다.공모 후 이 회사 지분 24.47%를 갖게 되는 방 의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3조2545억원(공모 희망 범위 최상단 적용)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인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1조2523억원), 김범수 카카오 의장(1조659억원)의 주식가치를 크게 웃돈다.
“2020년 세계 게임시장 ‘톱5’가 목표다.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해외에서 승부를 걸어 4년 만에 매출을 세 배 이상 늘리겠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지난 1월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오는 5월 상장하는 넷마블의 시가총액이 최대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글로벌 게임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해외 대형 게임업체 인수전에서 자금 부족으로 번번이 고배를 들었던 넷마블이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게임사 M&A 등에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PC 온라인게임 부진 등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던 넷마블은 창업자인 방 의장이 복귀하면서 단숨에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업체로 성장했다.◆진품 흙수저가 일궈낸 신화

방 의장은 자칭 ‘진품 흙수저’ 출신이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자란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 2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중퇴했다. 돈을 벌기 위해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던 그는 사업을 시작했다.

두 번의 창업 실패 이후 2000년 넷마블을 설립한 뒤 그의 인생 역전이 시작됐다. 테트리스 등 웹보드게임으로 1년 만에 1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창업 4년 만인 2004년엔 회사 지분 대부분을 CJ그룹에 팔고 800억원을 손에 쥐면서 게임업계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다 보니 건강이 나빠져 2006년엔 은퇴를 선언했다.그가 회사를 떠나자 넷마블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주력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 서비스권을 2010년 넥슨에 빼앗기면서 위기에 처했다. 모기업인 CJ는 그를 ‘구원투수’로 불러들였다. 2012년 당시 회사 지분 48.2%를 380억원에 되사오면서 다시 경영에 참여했다.

넷마블에 복귀한 방 의장은 “5년 내에 매출 1조원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매출은 2000억원 수준으로 주위에서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방 의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모바일게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복귀 후 2년간 거의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에 매달렸다. 그의 처절한 노력이 결실을 봐 넷마블은 2012년 이후 연평균 60%의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매출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게임업계에서 방 의장은 뛰어난 사업 감각을 지닌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넷마블 관계자들은 “최신 트렌드를 재빠르게 포착해 게임에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 내에서 별명이 ‘방 대리’일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직접 챙긴다.반면 성과를 내기 위해 직원을 가혹할 만큼 밀어붙이는 경영 스타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서울 구로동 넷마블 사옥은 야근이 잦아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어 ‘구로의 등대’로 불렸다. 이에 비난 여론이 일자 회사 측은 지난달 야근과 주말근무를 없애고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업무환경 개선안을 내놨다.

◆리니지2로 대박 이어가

넷마블이 상장을 마치면 게임산업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 17년 만에 LG전자나 삼성SDS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우량주로 떠오르게 된 덕분이다.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당시만 해도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들 사이에선 ‘회사 가치가 10조원을 웃돌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면서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게임주마저 나타나고 있어서다.하지만 지난해 12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 출시 한 달 만에 206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KTB투자증권은 넷마블이 이 게임으로만 올해 하루평균 30억원대 매출을 올려 연간 매출이 약 2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93%, 205% 급증한 수치다.

유하늘/이고운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