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48]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 진실 밝히고 용서 구하라"…안희정 "새 시대 출발점 되길"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조사에 촉각 곤두세운 대선주자들

이재명 "청와대 압수수색해야"
이인제·유승민 "불구속 수사"
홍준표 "검찰, 한사람 눈치 봐"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여부 대선에 영향
구속땐 동정론…보수층 결집
친문-반문 분열땐 문재인 등 유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21일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주자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연합뉴스
대선주자들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구속 여부 등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박광온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이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검찰은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검찰청사 포토라인에서 “국민께 송구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점을 비판한 것이다.안희정 충남지사 측 강훈식 대변인도 논평에서 “검찰은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며 “낡은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교체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 대변인 김병욱 의원은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마저 우려되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경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검찰은 국민과 법만 보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도 당당하게,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나라를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경제 피폐와 안보 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삼성동 자택에 연금된 상태나 다름없다. 도주 우려도 없고 증거 인멸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전날 KBS가 주관한 TV토론회에서 “국가 지도자였던 품위나 나라의 품격 등을 생각해 수사나 기소는 재판받을 때까지 불구속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나라의 앞날과 통합을 위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받고 그에 따른 사법절차는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될 문제”라고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사진)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 “그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면 구속하고 불구속하라면 불구속할 것”이라며 “풀은 바람이 불면 눕는다. 그런데 요즘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미리 눕는다”고 비꼬았다. 홍 지사는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이끌어가는 당은 없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지도자가 이끌어가야 한다. 무너진 담벼락을 보고 애석해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 등 검찰 수사의 향배가 대선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동정론이 커지면서 친박(친박근혜)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층의 결집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수사에 불성실하게 임하면 적폐청산을 외친 구야권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친박 대 반박 대결 구도가 굳어지면 통합과 치유, 연정을 내세운 민주당 안 지사와 국민의당 안 전 대표, 바른정당 유 의원·남경필 경기지사가 힘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