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채팅 몇마디면 결정장애 '끝'…취향 읽는 '챗봇 시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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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여기어때·배달의민족 등 '챗봇' 도입 활발[ 박희진 기자 ]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잠을 잘까?'. 삶은 결정의 연속이다. 일상에서건 여행에서건 끊임없는 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결정장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 정보 제공→개인화 추천 서비스로 진화
이를 도와줄 정보기술(IT)이 바로 챗봇(대화형 로봇)이다. 로봇과 대화 몇 마디로 이런 질문들에 대한 최선의 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관련업계에서도 이러한 챗봇 개발과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현재 챗봇은 예약과 구매를 보조하고, 자주 묻는 질문(FAQ)을 자동 응대하는 수준이다. 향후 챗봇은 개인의 상황은 물론 취향까지 분석해 마음에 들 만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단계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고객 응대…음식 주문도 척척
숙박 예약 앱(응용프로그램) '여기어때'는 지난 15일 챗봇 '알프레도'를 적용했다. 앱 내 채팅창에 지역, 인원 수, 가격, 시설 정보 등을 메시지 형태로 입력하면 챗봇이 이를 분석해 숙소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10만원대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호텔 목록이 뜬다. 챗봇은 호텔 관련 전문용어나 개별 숙소의 시설 이용시간처럼 세부적인 질문에도 즉각 답을 준다. 예약취소와 환불, 변경 같은 내용이 입력되면 관련 버튼을 만들어 해결한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배민 데이빗'을 가동하고 챗봇 개발에 나섰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프로젝트에 100억원을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앱 버튼을 눌러가며 음식을 주문하던 과정이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더 쉽고 간편해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AI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핵심은 카카오톡과 챗봇의 연동이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챗봇과 대화를 나누며 정보 검색부터 음식 주문, 쇼핑 등을 간편하게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올 상반기 내 새로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선보이고, 주문과 구매·예약 등의 기능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챗봇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자동으로 답변을 받는 서비스는 이미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지난해 7월 네이버가 쇼핑 플랫폼에 선보인 챗봇 '네이버 톡톡'은 쇼핑몰 운영자는 물론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4시간 작동하는 네이버 톡톡은 쇼핑몰 운영자가 잠든 밤이나 자리를 비웠을 때 직접 고객 응대에 나선다. 실시간 재고 확인과 배송 상태 등을 바로 안내해준다. 네이버에 따르면 톡톡의 응대를 받은 이용자의 12.4%가 해당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도미노피자와 손잡고 톡톡을 활용한 음식 주문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용자는 배달 예상 소요 시간과 출발 여부 등을 톡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취향까지 읽는 똑똑한 비서
업계는 챗봇의 궁극적인 진화 단계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꼽는다. 현재는 채팅창에 위치, 가격, 인원 등 정형화된 속성을 입력하면 해당되는 정보를 추려서 보여준다. 앞으로는 챗봇이 입력되지 않은 개인의 주관적인 취향까지 읽어내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챗봇이 똑똑하고 센스 있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같은 기능은 자연어 인식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여기어때는 올 상반기 중 사용자 개인의 숙소 이용 및 예약 행태에 맞춰 숙소를 추천하는 챗봇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똑같은 지역에서도 고풍스러운 객실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사람, 조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각각 다른 숙소를 추천하는 식이다. 배달의민족은 이용자의 음식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챗봇이 식당과 음식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속이 쓰린데 뭐 얼큰한 것 좀 없니?'라는 질문에 챗봇이 이용자가 선호하는 해장 메뉴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