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외친 '굴 저승사자'…거제·통영·고성 굴, 미국 수출 청신호

미국 FDA 점검단 7일간 생산해역 위생점검
"양호하다" 평가…양식 어민들 한숨 돌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점검단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경남 통영시 한산만 등 수출 패류 지정해역에서 현장 점검을 했다. 경상남도 제공
경남 거제·통영·고성 등 남해안 해역에서 굴과 홍합 등 패류를 양식하는 어업인들이 한숨을 돌렸다. 양식장에서 기른 패류의 수출 여부를 가늠할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정해역 점검을 무사히 넘겼기 때문이다.

도와 거제·통영시, 고성군,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통영 한산~거제만, 자란만~사량도 해역에서 미 FDA가 벌인 점검 결과, 특별한 지적사항 없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21일 발표했다. 김금조 도 해양수산과장은 “현장 점검을 마친 뒤 돌아가는 점검단으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사항이 보고서에 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경미한 내용이야 있겠지만 청정해역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숨막히는 7일간의 현장 점검

5명으로 구성된 FDA 점검단(단장 윌리엄 버크하트)은 8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10일까지는 1호 해역인 통영 한산~거제만을, 11~14일은 2호 해역(고성 자란만~통영 사량도)을 점검했다.점검단은 육상과 해상의 오염원 관리실태, 관리기록 상태, 정전 등 하수처리장 비상상황 대처 능력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지정해역 인근 하수처리장과 가정집 정화조, 바다 공중화장실에선 색소가 첨가된 물을 부어 바다로 곧바로 흘러들지 않는지 확인했다. 점검단이 현장을 누빈 7일 동안 곁에서 지켜본 공무원과 어업인들에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FDA 지정해역 점검은 한·미패류위생협정에 따라 2년마다 이뤄진다. 위생관리 상태가 미국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결과에 따라 굴의 미국 수출 여부가 결정된다. 결과가 좋으면 남해안이 ‘청정해역’이라는 보증수표를 얻는다. 올해 점검의 최종 결과는 2~3개월 후 공식 통보된다.

남해안 굴 양식업은 같은 점검에서 두 차례 아픈 경험을 했다. 1994년 해역 지정 이후 FDA는 2002년과 2012년 국내 굴 수출을 중단시켰다. 오염원 관리 미비가 결정적 이유였다. 김승대 통영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대리는 “미국이 굴 수입을 중단하면 국내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업인에게 매우 중요한 점검”이라며 “2012년 수출 중단으로 국내 공급이 많아지고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생겨 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5만여명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남해안 청정해역 알리는 계기

미국 수출용 패류를 생산하기 위해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한 곳은 전국에 7곳, 3만4485㏊다. 이 가운데 5곳(2만5849㏊)이 경남 남해안에 있어 전국의 75%를 차지한다. 지정해역 내 양식어업권은 508건(3315.2㏊)으로 굴과 피조개·홍합 등을 양식한다. 굴의 미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굴은 1842t(1421만2000달러)으로 경남 전체 수출량(1만2318t)의 15% 정도였다.

수출 비중을 떠나 FDA 점검단의 지정해역 관리 평가는 지방자치단체가 수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를 했는지에 대한 지표다. 위생에 까다로운 FDA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로 국내산 패류를 수출하는 데 기여한다. 도와 수산업계가 점검 한 달 전부터 경남수산기술사업소에 관련기관과 합동으로 대응팀을 구성해 사전점검을 하는 등 총력 대응한 이유다.통영시 관계자는 “정례적인 점검에 대비해 오염관리 시설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투자가 있어야 남해안이 청정해역이라는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