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리포트] 건물 사기 전에 꼭, 보유 기간 세금·비용 꼼꼼히 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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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 오피스텔·다가구 주택부동산 관련 상담은 시작이 세금이거나 끝이 세금이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고객이 지나치게 세금에 몰입하는 상황은 당황스럽다. 동료 세무사도 세금 문제를 상담하다 부동산 관련 질문 때문에 같은 일을 겪는다고 한다. 그만큼 부동산과 세금은 불가분의 관계다.
겉모습은 비슷해도 세금·관리비용 큰 차이
부동산 상담에서 다뤄지는 세금은 다양하지 않다. 양도소득세를 필두로 상속세, 증여세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지역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납입액까지 질문의 범주에 들고 있다.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고객 반응은 양분되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세금을 걱정해 부동산 투자를 결정 못하는 고객과 너무 신경을 안 쓰다 나중에 비싼 수업료를 지급하는 고객들로 나뉜다. 부동산 투자의 생애주기인 취득, 보유, 양도에 있어 단계별로 세금이 발생한다. 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가 해당된다.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당연 양도소득세에 맞춰져 있는데 양도차익을 기정사실화해 미실현 이익에 대한 다양한 가정과 우려로 정작 보유단계에서 세금의 중요성은 간과하기 쉽다.
은퇴 수요 증가로 보유 단계 및 운용 수익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다음 두 고객의 사례를 살펴보자.
고객 A와 B는 은퇴를 앞둔 친구 사이다. 성실하게 대기업을 다닌 덕분에 퇴직금과 기존 아파트 매각 대금으로 은퇴한 뒤 거주하면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거용 건물을 각각 매수했다. A는 서울지하철 2호선 라인에 있는 5층짜리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을, B는 서울지하철 9호선 라인에 4층짜리 건물을 매수해 매월 임대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뒤 A는 친구 B와 얘기를 나누다 월세 수입이 B만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움에 상담을 의뢰했다.A는 B보다 건물 매매가도 높았고, 당연히 매월 임대수익도 많았다. 하지만 각종 제반 비용을 차감한 순운영수익(NOI)에선 B가 더 높았다. A는 순운영수익이 아닌 매월 통장에 찍히는 잔액도 B만 못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A와 B의 매수 행위는 취득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두 건물은 외관과 원룸 임대 방식에선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다르다. A의 건물은 업무시설(오피스텔)이고, B의 건물은 다가구주택이었다.
A는 업무시설이었기 때문에 취득세 4.6%를 납부하고 건물가액에 대한 부가가치세(통상 포괄양수도)도 검토해야 했다. 반면 B는 다가구주택으로 최대 취득세 3.5%만 납부했을 것이다. 보유 단계에서도 A는 임대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10%를 세무신고해야 한다. 역시 B는 이런 부가가치세 신고 의무가 없다. 부가가치세는 임차인으로부터 받아서 납부하면 되지만 현실은 임대료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다.즉, A는 임대료에서 차감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엘리베이터 유지 보수, 방화관리, 소방 점검 등 법정관리 비용도 A의 현금흐름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B는 이런 법정 유지 보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A와 B의 사례가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상담에선 많이 목격되는 상황이다. A의 사례가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인 자본수익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건물을 매각할 때 자본수익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보유단계의 세금과 비용도 고려해 의사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강조하고 있다. “이것저것 다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데, 건물 갖고 있으니 밥 사라는 친구들이 무서워 못 돌아다닌다”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이영진 <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